인천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돼 철거 위기에 놓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미문의 일꾼교회 제공
인천지역 민주노동운동 역사가 담긴 교회가 재개발사업 심의 통과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보존협의회는 2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재개발정비사업 승인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지역 문화유산과 관련한 개발 심의를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달 1차 도시계획위에서 하기로 한 현장 조사는 관련 보고서 하나 없고, 누가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진행했다”며 “갈등 당사자 의견 수렴도 없이 현장 조사한 결과가 결국 지역 문화유산 철거”라고 지적했다.
시는 23일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포함된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대한 2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어 해당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교회 이전을 전제로 해당 터에 기념 표지석을 세우는 등의 방식으로 교회 쪽과 협의하라’는 취지의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998㎡에 지하 3층∼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 2986가구를 짓는 내용이다.
사업 구역에는 인천 노동운동 역사를 품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114년 전 세워진 화도 교회가 포함돼 있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보존 요구가 잇따랐다. 1961년 설립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78년 쟁의 중인 노조 조합원들에게 반대파가 똥물을 뿌린 이른바 ‘동일방직 사건’ 때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재개발조합 쪽은 이들 교회가 옮겨 새로 지을 수 있는 대체 용지를 마련했다며 이전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현 터에 존치를 요구하고 있다. 김도진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목사와 김정택 목사는 지난 22일부터 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시청 앞 광장에서 무기한 농성 중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