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옆공부방 중고등반 학생들이 제작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 촉구 그림 카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 범대위 제공
인천시가 ‘한국 노동·민주화운동의 산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철거가 포함된 재개발사업을 19일 승인·고시했다. 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28일째 단식 농성 중인 교회 쪽과 재개발조합 쪽의 원만한 합의안 도출에 인천시가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문을 내놓은 지 하루만이다. 교회존치 범시민대책위는 ‘인천시가 기만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날 동구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규모 공동주택 3183가구를 짓는 내용의 ‘화수화평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노동·민주화운동의 역사 유산으로 평가받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 계획도 포함됐다. 시는 지난달 23일 이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어 현 교회 터에 표지석 등 기념물을 세우고 교회는 외곽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조건부로 수용했다.
1961년 설립된 인천산선은 1978년 이른바 ‘동일방직 사건’때 여성노동자들이 피신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철거계획에 반발해 이 교회 4대 총무를 지낸 김정택(71) 목사가 지난달 22일부터 28일째 단식 중이다. 김 목사는 ‘도시계획위 재심의’ 또는 ‘교회 존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단식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목숨을 건 단식 투쟁에 80여개 시민·사회·종교단체가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를 구성해 릴레이 동조 단식,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인천작가회의가 동조 단식을 선언하며 인천시 규탄 성명을 내는 등 각계의 응원과 인천시 규탄도 이어지고 있다.
시는 교회 존치를 위한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역주민(조합)과 교회의 원만한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재자 역할을 공언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재개발사업 변경안을 고시하자 범대위 쪽은 ‘기만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범대위 쪽은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가치보다 재개발 가치를 우선해 재개발 고시한 인천시와 박남춘 시장에 분노한다”며 “박 시장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조택상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도시계획위 안건 심의 결과는 한달 내 고시하게 돼 있다”며 “향후 조합과 교회 쪽이 합의해 변경안을 제출하면 다시 심의할 수 있다. 주민과 교회 쪽 모두 만나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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