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주시 노상에서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이 노란색 비옷을 입은 여성의 손수레를 발로 차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또래 남녀 학생 5명은 이 여성에게 담배 심부름을 요구하며, 욕설을 하고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을 직접 영상으로 촬영했다. 동영상 갈무리
최근 끝난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청소년들이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먹다 남긴 컵라면 국물을 할머니에게 건네며 조롱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청소년 범죄가 경기 여주시에서 벌어졌다.
1일 여주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27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여주시 길 가에서 10대 학생 여럿이 60대 여성에게 접근해 담배를 사 오라고 요구하며 조롱하는 영상이 퍼졌다. 영상에는 늦은 밤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들이 노란색 비옷을 입은 여성에게 다가가 “담배 사줄 거야, 안 사줄 거야?”라며 그를 겁박하는 모습이 담겼다. 여성이 거부하자 청소년들은 근처 위안부 소녀상에 놓인 추모꽃으로 그의 머리와 어깨 등을 툭툭 치고 때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어지는 영상에서는 청소년들이 괴롭힘을 피해 자리를 피하려는 이 여성의 손수레를 여러차례 발로 걷어차는 모습도 포착됐다. 아울러 이 광경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는 여학생의 모습과 그가 내뱉는 조롱도 영상에 담겼다. 이 영상은 가해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것으로, 어떻게 영상이 퍼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영상에 등장한 남학생 2명과 여학생 2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가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담배를 사 달라고 요구했는데, 거절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학생 1명이 더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가해 학생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피해 여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범죄 적용 혐의는 조사를 마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 교육감으로서 깊은 자괴감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원인과 과정을 철저히 살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의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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