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6일 곰이 탈출한 용인시 이동읍 천리에 입산을 금지하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천호성 기자
지난 7월 경기 용인시 곰 사육농장에서 발생했던 반달가슴곰 두마리 탈출 사건은 농장주가 곰 불법 도축을 감추려고 벌인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70대 농장주 ㄱ씨는 곰이 탈출했다고 허위 신고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동물보호법 위반,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곰 사육농장주 ㄱ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ㄱ씨는 7월6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자신이 운영하는 곰 사육농장에서 태어난 지 3년 된 수컷, 몸무게 60㎏ 남짓의 반달가슴곰 두마리가 사라졌다고 거짓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용인시와 환경부는 같은 날 농장에서 1㎞가량 떨어진 숙명여대 연수원 뒤편에서 탈출한 곰 한마리를 발견해 사살했다. 나머지 한마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20일간 공무원 50여명이 동원돼 일대를 수색했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에서 곰 두마리가 탈출하는 장면이 없었고, 한마리의 발자국만 발견되는 등 ㄱ씨의 진술에 의구심을 갖고 같은 달 26일 농장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ㄱ씨는 “두마리라고 신고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자백했다. ㄱ씨는 탈출 사건 전 곰 한마리는 불법 도축한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웅담 채취용으로 승인받은 반달가슴곰을 도축해 웅담을 채취하고 사체를 폐기처분 하지 않고 식용 등으로 쓰기 위해 다른 부위를 추가 채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육 곰을 도축하려면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ㄱ씨는 식용으로 판매할 목적으로 불법 도축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ㄱ씨는 지난해 6월에도 불법 도축을 했다가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