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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국가장’…시대의 상처를 덧내다

등록 2021-10-27 19:59수정 2021-10-28 08:52

정부 국가장 결정…시민사회 반발
5·18단체들 “용납할 수 없어…노 정부의 숱한 탄압에 고통”
심상정 “오월의 상처 망각…내란죄에 국가장은 상식밖”
여당 일각도 “가당찮은 예우”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닷새간의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27일, 대구 달서구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마련된 국가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닷새간의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27일, 대구 달서구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마련된 국가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등과 관련된 역사적 과오가 있으나 직선제를 통한 선출 이후 남북기본합의서 등 북방정책으로 공헌하고, 형 선고 뒤 추징금을 납부한 노력 등이 고려됐다.”(황명석 행정안전부 의정담당관)

“국가장의 취지인 국민 통합은 온전한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가능하다. 학살자들은 시민들에게 사과한 적 없고, 우리 시민들 또한 사과받은 적 없다.”(광주 5·18 관련 단체들 성명)

정부가 27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되 국립묘지에는 안장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씨와 그 가족이 추징금 납부와 광주학살 관련 사과조차 거부하고 있는 전두환씨와는 다른 행보를 걸었지만, 헌정을 유린한 이에게 국가장은 가당치 않은 예우라는 주장이다. 

이날 오전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계획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본격적인 장례 준비에 나섰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가장 장례위원장을,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았고, 장례위 고문단 구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장례 명칭은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이며 오일장으로 26~30일 장례를 치른다. 장례 마지막 날인 30일 치러지는 영결식과 안장식 장소는 장례위원회에서 유족 쪽과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국가장 기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조기를 게양한다.

하지만 광주 5·18단체들은 “용납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우리 유족들은 전두환뿐 아니라 노태우 정부 밑에서도 숱한 탄압을 받았고 여전히 그때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 노씨는 내란죄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기 때문에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도 성명을 내어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도 성명을 내어 “문재인 정부는 군인이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국민을 학살하고, 휘하 부대를 움직여 상관을 죽이고 반란을 일으켜도 일단 집권만 하면 지도자로 추앙해줘야 한다는 잘못된 전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내란죄를 범한 전직 대통령의 국가장 예우를 박탈하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 상식에도 벗어나고, 역사의 무게와 오월의 상처를 망각한 것”이라며 “국가장 결정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일각에서도 반발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는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정을 따른다’고 밝혔지만, 광주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감 표명이 잇따랐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은 이날 <한겨레>에 “국가장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유감을 표명한다”며 “소위 내란수괴 혐의를 받았고 국가권력을 국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한 전직 대통령 노태우씨에 대해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예를 갖춰서 장례를 치르는 것을 많은 국민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오섭 의원(광주 북갑)도 “광주시민을 학살한 사람인데 국가장을 치르면 광주시청에 조기를 게양하고 분향소도 설치해야 한다. 이런 역사적 아이러니가 어디 있느냐”며 “(예우가 박탈된 전직 대통령 국가장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안을 빨리 처리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있다. 매우 안타깝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도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자기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무력감을 주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양진 김용희 박경만 이주빈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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