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해결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누리집 ‘배드파더스’를 비공개로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 접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 신상을 ‘배드파더스’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운영자 구본창(58)씨가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육비 이행법은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주고 여러 단계의 심의 절차를 거쳐 공개하지만, 배드파더스는 인격권 침해 소지가 있음에도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23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 기간을 특정한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이후 제정된 양육비 이행법은 양육비 미지급자를 공개하기 전 소명 기회를 주고 심의를 거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며 “반면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채무 이행 기간이 도달하지 않은 사람의 이름을 게시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소명 기회를 주거나 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공개행위로 피해자의 인격권과 명예가 과도하게 침해된다고 보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보다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당사자가 아님에도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이혼 가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인적 이득을 취하는 점,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법적 제도 마련에 기여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구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고 제보를 받은 이들의 얼굴 사진 등 신상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공개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해 1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전원 무죄 평결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활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지난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 지난 10월 폐쇄됐다. 개정된 시행령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출국금지·운전면허 정지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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