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림선 도시철도 건설현장을 찾아 열차를 시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전 올해 첫 공식일정으로 신림선 도시철도 건설현장을 찾았다. 오 시장은 신림선 종합관제동을 방문해 5월로 예정된 개통 준비상황을 보고받은 뒤 보라매병원역~서울대벤처타운역 구간을 시민들과 함께 시승했다. 서울 서남권 주민들의 교통불편을 해소할 신림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가진다는 취지였다. 오 시장은 함께 시승한 시민들에게 “이게 올해 첫 일정인데 시무식을 처음으로 현장에서 해본다”며 “서울시의 첫 공식일정에 동참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시무식을 생략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현장을 첫 일정으로 택한 것은 ‘실용적인 리더십’으로 보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오 시장은 시승식을 마친 뒤 “아마 시민여러분께서는 승차감이 가장 궁금하실 텐데 기존의 지하철의 경우는 철제 바퀴를 쓰는데 이 노선의 경우 고무바퀴를 쓴다”며 “최대한 시험 운영을 통해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왜 승차감을 궁금해한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 일었다. 승차감 외에 어떤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다.
이날 오 시장의 언행은 현장에 동행한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인 장진영 변호사와 여러모로 대조적이었다. 장 위원장은 종합관제동에선 차세대 무인운전시스템인 ‘한국형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KRTCS)’과 관련해, 개통 직후부터 무인운전시스템으로 운영되면 위험하지 않은지 캐물었고, 동작구·관악구민들에게는 ‘보라매공원이 쉼터로서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신림선 공사 과정에서 파헤쳐진 공원 곳곳을 잘 복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인사들에게는 ‘보라매병원역’, ‘보라매공원역’, ‘보라매역’ 등 비슷한 역이름이 많아 시민들이 헷갈리지 않겠느냐고도 물었다.
오 시장은 시민과의 대화도 짧거나 공허했다. 동승한 5개 역 구간 자체도 짧았지만, 그 안에서의 대화는 더 짧았다. “감사합니다”, “소리가 덜 나는 것 같다” 등 오 시장이 따뜻하게 말을 건네면 시민들은 “네”, “그렇네요”라며 짧게 대답하는 식이었다. 서울시는 직장인, 사업가, 상인 등 다양한 시민들이 시승에 동참했다고 홍보했지만, 직장인은 서울특별시립 보라매병원 직원, 사업가는 서울창업센터 입주 스타트업 대표, 상인은 신원시장 상인회장 등이었다. 오 시장은 시승 뒤 카메라 앞에서 소감을 말하는 동안, 이들에게 자신의 뒤에 서서 함께 화면에 나와줄 것을 권유했다.
사실 ‘오뎅먹는 정치’라는 풍자어가 있을 만큼, 정치인의 홍보식 현장방문은 흔한 일이다. 참모진이 짜준 일정대로 움직이면서 예측 가능한 대화만 나누는 건 오 시장만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서울시장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로서 ‘정치인 오세훈’이 아닌 ‘서울시장 오세훈’을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신림동에 거주하며 매일 출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면, 그의 ‘현장 시무식’이 더 빛나지 않았을지 아쉬웠다.
손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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