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화 사업을 진행하던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종합운동장에 가림막이 설치됐고, 7일 내부 운동장 시설물도 철거되고 있다. 이정하 기자
7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종합운동장 앞. 실내체육관을 제외한 종합운동장 둘레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고, 내부는 일부 시설물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운동장 일대에 6만2443㎡ 규모의 도심 속 평지형 자연공원을 조성하는 ‘종합운동장 공원화 사업’ 현장이다. 내년 5월까지 150억원(철거비용 26억원 포함)을 들여 기존 운동장을 철거하고, 5만㎡ 규모의 지상 공원과 랜드스케이프 지상 주차장(150면), 북카페 등을 짓기로 했다.
두달 전 삽을 뜬 이 사업은 중단 위기에 놓였다.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이상일 용인시장 당선자가 해당 사업의 백지화를 공약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공원보다는 처인구에 부족한 백화점과 호텔, 마이스 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개발해야 한다는 견해를 선거운동 기간 밝혀왔다. 단체장이 바뀌면서 사업의 운명도 달라지는 셈이다. 실은 공원화 사업도 백군기(더불어민주당) 현 시장의 공약으로 정찬민(국민의힘) 전임 시장이 추진한 ‘복합개발사업’을 뒤집어 탄생했다. 정 전 시장의 구상은 운동장을 없애고 그 자리 지하에는 공용버스터미널을 이전 설치하고, 지상에는 4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게 뼈대였다. 이상일 당선자는 용인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본격 가동되면, 정 전 시장 당시 추진한 복합개발사업을 포함해 종합운동장 용지 활용 방안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7일 공원화 사업으로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인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시종합운동장.
6·1 지방선거에서 단체장들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용인시 외에도 기존 단체장이 추진하던 지역주민 관심 핵심 정책이 무산되거나 백지화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 경남이 대표적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주도한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건설 사업은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부산·울산·창원·진주 등 4개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을 생활권·경제권 단위로 연계 발전시켜 수도권과 같은 하나의 광역플랫폼으로 만들려는 이 사업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특별지자체인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이 구성되고, 특별연합 규약도 지난 4월19일 승인·고시된 터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김 지사의 구상에 ‘재검토’ 뜻을 수차례 밝혀온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당선되면서 메가시티 계획은 수정될 공산이 커졌다. 박 당선자는 7일 “득과 실을 파악해 취임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충북에선 이시종 충북지사(민선 5~7기·민주당)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가 존폐의 갈림길에 놓였다. 이 대회는 태권도, 택견, 가라테, 삼보 등 세계 전통 무술 경연대회로, 국민의힘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자는 선거 기간 “당선되면 개최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홍창 인수위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수위에서 세계무예마스터십 대회 존폐 문제도 당연히 다룬다. 분과에서 종합 판단한 뒤 자문위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범석 국민의힘 당선자가 취임하게 될 청주시도 한범덕(민주당) 현 시장의 역점 사업인 △원도심 고도 제한 △새 청사 건립 △우암산 둘레길 조성 사업이 전면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대구시는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 당선됐지만, 대대적 시정 변화가 예고된 곳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자는 권영진 현 시장이 추진한 도시철도 순환선(4호선) 일부 구간 ‘트램 도입’ 폐지를 선언했다. 홍 당선자는 지난 2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전차가 없어진 지 50년이 넘었는데 다시 도심에 전차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세월을 거꾸로 가는 처사다. 트램 추진 사업은 바로 폐지하겠다”고 못박았다. 제2대구의료원 건립도 불투명한 상태다.
4년 만에 시정에 복귀하는 유정복(국민의힘) 인천시장 당선자도 박남춘(민주당) 현 시장이 추진한 ‘영흥도 자체매립지 조성사업’을 백지화하고, 지역화폐인 ‘이음카드’ 운영 방식도 재검토한다는 뜻이 확고하다.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자(국민의힘)는 이미 실시설계에 들어간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돔구장으로 변경을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 허태정 현 시장이 추진한 이 사업은 현 한밭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2024년 말까지 야구장을 건설하는 게 뼈대다.
전국 곳곳에서 이미 착공에 들어간 사업 현장이나 계획 변경에 따른 추가 용역비, 사업 철회에 따른 행정소송 등 매몰비용이 크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하 최상원 오윤주 최예린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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