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노공 법무부 차관(왼쪽)이 배석한 가운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동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경찰청장 후보군’ 6명을 따로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행안부 장관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을 만난 건 이례적이다. 일부에선 경찰에게 장관이 대통령 앞에 줄 서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부적절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기영 행정안전부 대변인은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장관이 최근 치안정감으로 승진한 6명을 따로 만났다. 총경 이상은 장관에게 제청권이 있다. 어떤 분들인지 알아보려는 목적으로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과 만난 경찰청장 후보군 중 한 명은 <한겨레>에 “장관이 경찰 조직과 후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볍게 차 한잔 마시고 대화하는 분위기였다”며 “사전에 준비된 면접 질문 등이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만난 치안정감들은 지난달 24일과 지난 2일 승진한 이들로, 모두 차기 경찰청장(치안총감) 후보군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다음달 23일 임기가 끝난다. 경찰청장 임명과 ‘검수완박’(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이 장관이 경찰 수뇌부 통제를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충암고·서울대 법대 후배로, 장관 후보 지명 당시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함께 ‘검수완박’ 대응 인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 인물이다. 이 장관 취임 직후 행안부는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꾸려 현재까지 3차례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이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군을 만난 데 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게 대통령 앞에 줄 서라고 대놓고 요구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처사”라며 “1991년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분리한 경찰의 역사와 제도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선식 전종휘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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