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학습진단해 ‘자기주도 공부’…오산시는 4년째 교육실험중

인지·심리 등 무료검사뒤 학습유형 따른 공부법 제시
“개인별 진단, 반응 좋아”…오산교육재단, 확대 추진

경기 오산시 진로진학상담센터에서 노은영 오산교육재단 진로진학팀장이 ‘2019~2021년 학습종합진단검사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인구 23만명인 소도시 오산에서 의미 있는 교육 실험이 진행 중이다. 지역 중학교에 다니는 2학년생 모두를 대상으로 학습종합진단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심리분석학에서 성격유형을 나누는 ‘엠비티아이’(MBTI)처럼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심리·행동 특성을 분석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유형을 나누고, 유형별 학습방법을 제시해 자기주도학습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다.

학습종합진단검사는 입시전문학원이나 청소년문화센터 등에서 검사 비용을 받고, 신청자에 한해 진행하는 경우는 있지만, 오산처럼 특정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드물다. ‘나DO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오산의 이 실험은 올해로 4년째다. 검사는 학업스트레스, 학업성취도, 학업능력, 대인관계, 외부적 환경 요인 등을 측정하는 200여개 문항으로 구성되는데, 응답 결과를 분석해 △논리분석형 △성실노력형 △자신만만형 △감성중시형 △실습중시형의 6개 학습유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에 맞는 학습 전략을 제시하는 식이다.

15일 오산시 진로진학상담센터에서 만난 노은영 오산교육재단 진로진학팀장은 ‘2019~2021 학습종합진단검사 보고서’ 그래프 자료를 가리키며 “코로나19 발생을 전후해 ‘성적이 올라갈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성취 변화 예측이 떨어진 게 한눈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실제 연도별 검사 결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이전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예측한 학생 비율은 64.4%였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에는 이 비율이 58.7%로 뚝 떨어졌다. 학업 성취수준 평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자신의 학업 수준을 ‘중상 이상’이라고 판단한 학생 비율은 2019년 49%에서 2020년 42.9%, 2021년 41.9%로 감소하는 추세다.

학습종합진단검사의 효과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검사 결과 보고서는 학생 개인별로 나눠주고, 담임교사에게도 전달된다. 이창수 오산중 진로부장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공부하는 방식, 학습 장애 요인, 내적 문제 등을 가장 알고 싶어 하는데, 진단검사에서 이런 내용을 잘 설명해줘서 호응이 좋다”며 “진단에서 드러난 학습 장애 요인을 스스로 없애고 극복하려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오산교육재단은 장기적으로 검사 대상자를 늘리고, 검사 전후 학습 특성 변화 비교 분석데이터도 구축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학습종합진단검사를 통해 ‘공포자’(공부 포기자) 발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재단은 기대하고 있다.

이정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