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기흥구 기흥호수 가장자리에 있는 기흥수상골프연습장. 이정하 기자
‘땅~퐁당', ‘땅~퐁당'
16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로 기흥호수. 호수 가장자리에서 안쪽으로 연신 골프공이 날아들었다. 물 위에 ‘100', ‘200' 등 거리를 나타내는 부표도 설치돼 있었다. 이곳은 국내에 3곳밖에 없는 수상골프연습장 가운데 하나다. 1964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기흥호수는 수도권에서 세번째로 큰 저수지로 면적이 여의도의 3분의 1 크기인 2.58㎢에 이른다. 그물망으로 둘러싸인 여느 연습장과 달리 탁 트인 호수 전망에 비거리 확인까지 수월해 골퍼 사이에 인기가 높다.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는 1992년 건물 2개 동과 호수면 등 6만8천여㎡에 수상골프연습장 사용을 허가했다. 지금은 2016년 사업권을 따낸 ㈜기흥수상골프가 연간 1억5천여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다음달 31일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업체 쪽이 5년 계약 연장을 신청하면서 사용허가 반대 여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등에선 호수가 애초 저수지 축조 당시의 농업생산 기반시설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고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한 만큼, 호수 전체를 수변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인근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호수 주변을 잇는 11㎞ 구간의 둘레길이 2017년부터 조성되면서 골프장이 차지한 미연결 구간 300여m를 시민에게 돌려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시·도의원 당선자 5명도 지난 15일 평택지사에 ‘계약 연장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남종섭 도의원은 “최악의 수질 상태였던 기흥저수지는 시민의 노력으로 수려한 호수공원으로 바뀌었다”며 “농업 생산과 전혀 관련이 없는 수상골프장을 폐쇄하고, 이제는 기흥호수를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호수 내 들어선 기흥수상골프연습장(빨간선 안). 용인시 제공
경기 용인시 기흥구 기흥호수 가장자리에 있는 기흥수상골프연습장. 이정하 기자
농어촌공사 평택지사는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기흥저수지 수상골프연습장 계약 연장’과 관련한 주민 의견청취 절차를 밟고 있다. 공사는 농어촌정비법 등에 따라 호수 공간을 농업생산기반시설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사업자당 5년 단위로 최장 10년까지 사용을 허가할 수 있다. 앞서 농어촌공사는 기흥수상골프의 1차 임대 기간이 끝난 지난해 7월, 골프장 폐쇄 요구를 의식해 일단 1년간만 계약을 연장했다. 업체 쪽은 초기 시설 투자금 40억원을 회수하지 못했고, 골프장을 폐쇄할 경우 2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생계도 막막하다며 지난 4월 말 추가 사용 연장 허가를 공사 쪽에 신청한 상태다.
연장 사용 여부는 농어촌정비법과 시행령, 공사 정관의 관련 조항 검토를 거쳐 다음달 초 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결론을 내린다. 최귀철 평택지사 사업운영부장은 “농어촌정비법 개정으로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새로 생긴 만큼, 주민 의견과 농업기반시설 유지·관리 문제, 법적 다툼 여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