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경찰서가 맡았던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이 직접 수사한다. 성남에프시와 두산건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는 등 수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결정된 상급 기관으로의 이관 결정인 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이관 결정에 따라 애초 불송치 결정이 번복되거나 다른 혐의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분당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성남에프시 후원금 의혹 사건 수사 자료를 경기남부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민생 사건이 쌓여 있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며 쌓인 선거 사건이 많아 특정 사건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분당서가 지난주 초께 이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성남에프시 후원금 의혹은 이 의원이 성남에프시 구단주이자 성남시장 시절인 2014∼2016년 두산건설 등 대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게 주요 뼈대다.
앞서 분당서는 지난해 9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가 올해 2월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로 다시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분당서는 지난 5월 성남시청과 두산건설, 성남에프시 등 의혹과 관련한 주요 기관과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최근 분당서는 피고발인인 이 의원에게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 검토에 들어가는 등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이관은 다소 의아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있다. 경기남부청이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따라 수사가 재개한 이후 “분당서가 중심이 돼서 수사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기 때문이다.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동일 사건을 같은 수사기관에 맡기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경기남부청의 입장이었다. 경기남부청은 이 사건 수사를 도울 수사관 3명을 분당서에 파견하고, 총괄 수사 지휘를 경기남부청 수사부장이 맡아왔다.
이에 따라 이번 이관 결정이 새 정부 출범이라는 수사 외적인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경기남부청장과 수사 책임자인 수사부장 등 지휘부가 바뀌면서 이번 의혹과 수사를 바라보는 경찰의 시각과 판단이 달라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명진 경기남부청 반부패수사대장은 ‘불송치 결정한 분당서가 직접 최종 결론을 내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번 주 내에 사건 기록을 넘겨받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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