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에서 40대 자매와 10대 여아 한 명이 폭우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9일 오전 해당 빌라의 모습.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시가 강남구 등 상습 침수 지역 6곳에 ‘대심도 빗물 터널’(빗물저류배수시설)을 짓기로 했다. 반지하 주택을 포함한 건축은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도 최대 2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없애는 방안도 추진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입장문’을 내어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폭우 때 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를 비롯해 도림천과 광화문 일대는 2027년까지, 동작구 사당동 일대와 강동구, 용산구 일대엔 2030년까지 빗물터널을 설치한다. 하수관로 정비와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도 짓는다. 3조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했다.
오 시장은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32만톤 규모의 저류 능력을 보유한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있는 양천지역은 침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해당 시설이 없는 강남지역은 시간당 처리능력이 85㎜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 피해로 이어졌다”며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빗물터널은 도심 지하에 거대한 관을 묻어 집중호우 때 물을 담는 구실을 하는 동시에 기존 하수관로 대신 물길을 멀리 돌리는 시설이다.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 이후 당시 오 시장이 7곳에 설치하려 했으나, 이후 취임한 박원순 시장은 양천구 신월동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사업은 조정한 바 있다. 박 전 시장은 평소 지하 도로로 쓰다 폭우 땐 저류조로 이용하는 ‘스마트 터널’이나 지하 배수시설을 신설·확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봤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양천구에서 봤듯 설치 때 피해 범위를 줄이거나 침수 시간을 줄이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대한하천학회장)는 “(빗물터널이 없는) 광화문은 비 피해가 거의 없었다. 또 사당동엔 스마트 터널 실시설계가 진행 중인데 별도로 빗물터널을 짓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강남역도 배수터널 본공사가 완료돼 인근 배수구 등과의 연결이 끝나고 나면 그 효과를 본 뒤에 (빗물터널 건설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며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 가구 안전대책’도 내놨다. 대책을 보면, 앞으로 건축허가 때 지하·반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2012년 건축법 개정으로 상습침수구역 지하층은 주거용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이후에도 지하·반지하 주택이 4만호 이상 건설됐다”며 “상습 침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지하·반지하층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반지하 주택은 2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없앤다. 이를 위해 주거용 지하 주택의 용도 전환을 유도하고, 세입자한테 공공임대주택 입주 기회 등을 제공한다. 현재 서울에는 20만호가량의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이 있다.
여당은 오 시장 측면지원에 나섰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정협의 뒤 “빗물터널을 신속하게 설치해야 하는 만큼 관련 예산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도록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종휘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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