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병간호로 일을 나가지 못해 월세와 건강보험비가 밀려 있어요. 너무 힘든데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경기도가 지난 25일부터 개설한 ‘임시 긴급복지 핫라인’(010-4419-7722)에 당일 오후 전화가 걸려왔다. 시흥에 사는 60대 여성 ㄱ씨는 “80대 노모가 다리 골절로 수술을 받고 거동을 하지 못해 병간호로 생활이 어렵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상담사는 즉시 시흥시 해당 동 행정복지센터 복지 담당자에게 ㄱ씨 상담 내용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ㄱ씨는 다음날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긴급지원(생계비와 의료비) 및 주거급여지원신청서를 받아갔다. 시흥시는 필요한 관련 서류가 제출되면 곧바로 지원 여부를 검토한다고 한다.
화성시에 주소를 둔 여성 ㄴ씨도 26일 핫라인을 통해 상담하며 경제적으로 힘든 사정을 털어놨다. ㄴ씨는 상담에서 “남편은 말기암 환자이고, 나 또한 희소병으로 제대로 직장을 갖지 못해 최저시급으로 생활하고 있다. 차상위계층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내 명의로 된 빌라가 있어 안 된다고 한다. 남편 병원비 때문에 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도는 경기도형 긴급복지 신청 조건과 방법에 대해 1차로 안내한 뒤 ㄴ씨의 거주지 면사무소 복지 담당자를 연결해줬다.
지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가 26일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영면에 들어갔다. 수원시 공무원들이 세 모녀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이정하 기자
28일 경기도가 밝힌 핫라인 접수 현황을 보면,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핫라인에 103건의 복지 관련 상담이 접수됐다. 첫날인 25일 61건, 26일 28건, 27일 14건이었다. 103건 가운데 10건은 문자메시지로 접수됐다. 도는 다음달 초까지 임시 핫라인을 운영한 뒤, 복지·보건 공무원을 배치해 더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존 120경기도콜센터와 연계한 긴급복지 전용 콜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임시 긴급복지 핫라인은 지병과 생활고를 겪다가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 직후 김동연 경기지사 지시로 개설했다. 도 관계자는 “상담 사례 가운데 상당수는 복지 관련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지급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라며 “다른 복지 지원이 가능한지 도와 시·군 복지 부서와 논의하고, 민원인에 대해 추가 상담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기존 통장 등으로 구성된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외에 주민 접촉이 많은 부동산중개인, 약사 등으로 대폭 확대한 ‘위기이웃 발굴단’ 운영 등의 대책도 함께 내놨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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