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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에도 없던 ‘설익은 의제’…이해관계 얽혀 갈등 우려

등록 2022-09-07 05:00수정 2022-09-07 08:39

이상민 장관 “기업·학교 지방 이전” 발언 논란

행안부, “원론적 언급”“구체 진행 내용 없다”
연구용역비 예산만 마련한 단계
지방시대위 연내 출범도 빠듯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월29일 오후 전북 익산시에 있는 하림을 방문해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월29일 오후 전북 익산시에 있는 하림을 방문해 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과 주요 대학, 특수목적고등학교 다수를 지방으로 이전시킨다는 대형 의제를 던졌다. 하지만 이 구상을 다듬고 집행해야 할 지방시대위원회는 출범 시점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란 점에서 설익은 구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책 방향성 자체에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지역균형발전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당국자는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원론적인 발언이다. 티에프(TF) 구성이나 연구 작업 등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관련 업무를 보는 다른 당국자도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 용역비를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것 외에는 다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연구 용역은 발주부터 보고서 제출까지 최소 1년은 걸린다.

앞서 이 장관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안에 대기업 3~5곳과 주요 대학, 특수목적고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20대 대기업의 본사나 공장,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주목을 끌 만한 주요 대학, 특목고를 함께 내려보내야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혜’ 논란이 일 정도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무 부서에서 심도 있는 정책 논의가 진행됐다고 추정할 만큼 매우 상세한 언급인 셈이다.

대기업, 서울 주요 국립·사립 대학, 특목고 지역 이전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데다 행안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 여러 부처가 나서야 하는 대형 사안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나 이후에 나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선정 110대 국정과제와 정부 출범 뒤 추가된 10개 과제에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 장관의 발언이 정권 차원에서 오랜 숙고 끝에 나왔다고 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국정과제엔 균형발전과 관련해 ‘지역 주도의 초광역권 메가시티 신산업 발굴 육성’과 ‘지자체가 투자기업과 협의하여 정한 지역을 기회발전특구로 지정’,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혁신벤처 성장 거점 조성’ 등이 첫머리에 열거돼 있다.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은 언급돼 있으나 서울 소재 대학 이전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균형발전 정책 강화를 위해 꾸리기로 한 지방시대위원회는 관련 법령 자체가 정비되지 않아 출범 시기가 뒤로 미뤄지고 있다. 기존의 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해체한 뒤 9월 출범 예정이었으나 인사는커녕 기관 존립의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조만간 관련 법률을 발의할 예정이나, 입법예고와 국회 논의 등의 입법 절차를 고려하면 위원회의 연내 출범도 어려워 보인다. 균발위도 직원 상당수가 해촉되면서 기능이 멈춰선 터라 이 장관의 구상을 구체화할 조직은 현재로선 행안부 실무조직뿐이다.

지역균형발전 전문가인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사립대를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초광역 단위 균형발전 계획이나 산업 생태계 설계와 같은 큰 그림 없이 특정 기업이나 대학 이전을 언급하는 건 지역갈등만 유발할 뿐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구체성 여부를 떠나 이 장관 발언에 담긴 방향성 자체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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