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문. 김태형 기자 xogu555@hani.co.kr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기업의 지역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서울대 등 주요 대학과 특수목적고(특목고)의 지역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나 120대 국정과제,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없던 내용을 교육부나 해당 학교와 협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언급해,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정책 폐기 때처럼 사회적 논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 계획을 밝혀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장관은 6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대기업 3~5곳과 주요 대학, 특목고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20대 대기업의 본사나 공장,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주목을 끌 만한 주요 대학, 특목고를 함께 내려보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면 젊은이들을 분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기업을 지역으로 이전하고, 대기업에 인재를 공급할 주요 대학과 대기업 직원 자녀들이 공부할 특목고도 ‘세트’로 함께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장관이 언급한 내용은 지난 7월29일 교육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없던 내용이다. 김천홍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에 “지역균형발전 담당 부처의 장관으로서 화두를 던진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 발언 이전에 교육부 내부에서 주요 대학의 지역 이전을 검토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이날 보도에 실명으로 언급된 대학들은 <한겨레>에 “아는 바 없다”(서울대) “학교와 협의된 바 없고, 이 장관의 개인 생각 같다”(연세대) “크게 논의가 시작된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려대) “따로 협의된 내용은 없을 것으로 알고 있다”(서강대)고 밝혔다.
만 5살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 회원이 8월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정부의 ‘만 5살 초등학교 취학 학제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만 5살 초등학교 입학’ 발표로 홍역을 치른 교육계에서는 이 장관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성급하게 내놨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만 5살 입학’은 취학연령을 낮춘다는 결론부터 던졌다가 역풍을 크게 맞았다”며 대학 이전 문제도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 어떤 인센티브를 제안해도 대학들이 학생 모집에 가장 큰 유인이 되는 서울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처럼 중요한 의제를 툭 던져놓으면 논란만 커지고 생산적인 논의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 단과대 분리 이전 등 주요대 지역 이전은 정치권에서 언급돼 왔으나, 대학과 학생의 반발이 거세 체계적인 검토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 장관은 해당 인터뷰에서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는 안도 검토 중”이라는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분리) 논의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뜬금없이 이야기가 나와 당황스럽다.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공개 뒤 김기영 행안부 대변인은 “취임 뒤부터 장관이 계속 관심 있던 사안으로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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