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검은 리본을 패용하고 검은 마스크를 쓴 상태로 앉아있다. 김혜윤 기자
이태원 참사 당일 밤 10시57분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이 ‘압사 사고로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한 환자 15명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내부에 발송하면서도 장관 비서실이나 장관에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차관)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당일 행안부 상황실이 내부에 발송한 1단계 크로샷(긴급 문자)에 ‘압사 사고로 15명의 심폐소생술(CPR)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압사 사고로 위급 환자가 15명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장관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를 묻자, 김 본부장은 다시 행안부 상황실의 보고 체계상 어쩔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반복했다. 김 본부장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은 위험도에 따라서 상황을 전파하는 그런 체계를 운영해 왔다”며 “위험의 단계에 따라서 소방 대응 1단계와 2단계 등을 전달하는 대상을 체계적으로 구분해 운영해왔지만 오히려 이런 운영방식이 실질적인 대응에는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돼 정보 전달 체계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이태원 참사 중대본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는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보고체계 상 소방 대응 1단계 긴급문자는 국·과장에게, 2단계 긴급문자는 장·차관 비서실과 소관 실장에게 전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상민 행안부 장관 비서실은 소방 대응 2단계 긴급문자가 발송된 11시19분 참사 발생 상황을 처음 인지했고, 이 장관은 11시20분 비서실 보고를 받았다.
참사 당일 소방당국이 밤 10시18분부터 다음날 0시17분까지 경찰청,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에 15차례에 걸쳐 차량 및 인원 통제 등을 요청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일 소방청 119 대응국장은 “초기 경찰력이 투입됐지만 현장 대응을 위한 외부 차량이 260대 이상 들어와 경찰력을 추가 요청한 것”이라며 “경찰도 움직이지 않은 게 아니라 계속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사고 대응 수습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추가 요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일 국장은 ‘참사 당일 사고 발생 시각인 10시15분 이전에도 관련 119 신고 접수가 들어왔는지’를 묻는 말엔 “사고 발생 이전 이태원 쪽에서 119 신고 접수된 게 17건 정도다. 그중에 사고 현장에서 신고된 것은 1건이고, 나머지는 사고 현장과 1㎞ 떨어진 곳에서 온 신고 등 사고 현장과 관련 없는 신고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에서 신고된 1건’에 대해선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부적절하다”면서도 “자체적으로 판단할 땐 이 사건과 관련돼 인지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 발생 전 현장에서 신고된 119 신고가 이번 참사와 관련된 신고라고 보긴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날 중대본은 당초 오는 8일까지였던 부상자 신고 기간을 15일까지 일주일 연장했다고 밝혔다. 지역축제, 공연장, 경기장 같은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도 11월 10일부터 한 달간 실시하기로 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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