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배구 체육특기생 선발 과정에서 특정 선수 손목에만 ‘분홍색 테이핑’ 표식을 해 실제 합격하는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대학 쪽은 감독과 코치, 면접관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1일 경기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대는 지난 10월19일 배구 체육특기생 서류전형 합격자 40여명을 대상으로 실기전형을 치렀다. 학생들은 학교나 의류 브랜드 등 특정할 수 있는 모든 표식을 가린 채 면접에 임했다. 실기면접을 거쳐 지난달 18일 예비 합격자 4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의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합격자 발표 당일 “합격자들에게만 손목에 특정 표식이 있었다”는 익명의 제보가 대학 쪽에 접수됐다. 자체 조사 결과, 합격자와 예비합격자 11명 모두 실기면접 당시 손목에 선수들이 손목 보호 차원에서 하는 ‘분홍색 테이핑’을 한 채 면접을 본 사실이 드러났다. 대학 쪽은 면접 당일 촬영한 영상을 분석해 부정행위를 확인했다.
대학 쪽은 지난달 19일 이들 11명에게 전원에게 부정행위 적발에 따른 합격 취소를 통보했다. 3일간의 이의신청을 받았지만,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다. 배구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코치는 실기전형 면접 전에 응시자 11명을 따로 소집한 뒤 분홍색 테이프를 나눠 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자체 조사 과정에서 “우수한 학생을 영입하기 위해 테이핑하게 했다”며 부정행위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접관 3명은 면접 과정에서 특이점은 없었다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쪽은 최근 감독과 코치를 직위해제하는 한편, 이날 이들 2명과 실기전형 당시 면접관 3명 등 모두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학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학이 수사 권한이 없어서 실기전형 면접관과 감독·코치 쪽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는지, 학부모 등과 연관성 등을 밝히지 못했다”며 “경찰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하게 된 정확한 경위를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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