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없이 전국 병원 60여곳에서 27년 동안 의사 행세를 하며 불법 의료행위를 한 6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내고 합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 양선순)는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공문서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ㄱ(60)씨를 구속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또 미등록 상태로 ㄱ씨를 고용해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료재단과 개인 병원장 등 8명 등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ㄱ씨는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지난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전국 종합병원이나 정형외과 등 9곳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무등록 상태로 취업해 병원장 명의의 전자의무기록(EMR) 코드를 부여받아, 실제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9년여 동안 5억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하게 타낸 혐의도 있다.
그는 전자의무기록 코드가 없이 의료행위를 하는 ㄱ씨를 수상하게 여긴 병원 관계자가 지난해말 경찰에 수사의뢰하면서 ‘가짜의사’ 행각도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의사면허 취소 뒤 정형외과 1곳에서 의료행위를 했다”는 ㄱ씨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자료 검토 과정에서 ㄱ씨가 의사면허 자체를 취득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보완수사에 들어갔다.
ㄱ씨가 위조한 의사면허증 및 허위약력. 수원지검 제공
검찰 조사 결과, 지방 의과대학을 1993년 졸업한 ㄱ씨는 1995년 처음으로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병원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의 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3년 전 외과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를 낸 뒤 환자와 합의한 문서도 확보했다. 그가 여러 병원에 낸 이력서에는 학력과 이력이 허위로 기재돼 있었다고 한다. 그는 1995년부터 27년 동안 전국의 병원 60여곳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다만,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 최근 10년의 불법 의료행위만 기소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의사면허 유효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위조된 면허증을 병원에 제출한 뒤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금의 종이면허증을 아이시(IC)칩이 내장된 카드형으로 교체하고, 이를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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