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과의 단독 면담을 사흘 앞두고 도발적 발언을 내놨다. 오 시장은 30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출입기자 신년간담회에서 “지하철 운행 지연으로 예측할 수 없는 손해와 손실을 보는 시민이 사회적 약자”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하철 지연을 수반하는 시위를 용인할 수 없으니 자제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과 전장연과의 면담은 오는 2일 예정돼 있다.
오 시장은 “이미 발생한 손해액에 대해서는 반드시 소송을 통해 손실보상, 손해배상을 받을 생각이며 전장연과의 면담은 그 점을 분명히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올해 탈시설 증액 예산을 반영해주지 않았다고 해서 (전장연이) 서울시 지하철을 세우는 것이 논리적으로 매우 모순되는 시위 형태라는 점을 지적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전장연과 이 단체의 박경석 대표를 상대로 6억145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전장연이 2021년 12월3일부터 지난해 12월15일까지 75차례 지하철 시위를 벌여 재산상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이런 강경 발언을 미뤄볼 때 전장연과의 면담은 그간 쌓인 갈등이 해소되기 보다는 증폭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오 시장 발언을 전해들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2년간 외쳐도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았는데 저희가 ‘사회적 강자’인지 묻고 싶다”며 “시민들이 사회적 약자라는 것은 전형적인 갈라치기 발언이다. 대화 자세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지난 6년여간 <티비에스>(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12월30일 하차한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티비에스>에서 공영방송을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다루면서 특정 정당, 그중에서도 특정 정파의 논리를 보호하고 전파하는데, (라디오) 전파를 쓰느라 애 많이 썼다”고 밝혔다. 티비에스 신임 경영진 윤곽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지하철 요금 등 대중교통 요금 인상 폭 조정에 대한 언급도 내놨다. 그는 “(지난 연말 국회 본회의에서) 양당은 지하철 무임 소송 손실 보전을 해주려고 노력했는데 기획재정부가 끝까지 반대했다”며 “기재부가 생각을 바꿔서 올해 중에라도 지원하겠다고 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요금 인상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종전보다 300~4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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