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사 내 선전전과 침묵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교통공사(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 지하철 대합실에서 한 침묵시위조차 불법으로 규정하고 체포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국가의 위법한 법 집행이라는 취지다.
전장연은 오는 2월 서울교통공사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해 11월부터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보장 및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지하철 역사 안에서 선전전과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공사는 이를 두고 ‘질서유지 침해 행위’라며 이들을 강제해산시켜왔다. 경찰은 공사의 협조 요청을 받아 지금까지 활동가 1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전장연 쪽은 공사와 경찰이 법적 근거 없이 집회 참가자들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소송대리인인 이도경 변호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누구든지 폭행·협박, 그 밖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 또는 시위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있다”며 “공사와 경찰이 평화적 침묵시위를 강제해산시켜 집회 참가자들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받는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도 타인이 관리하는 건물 안에서 진행하는 옥내 집회를 해산하려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해당하는 등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침묵 선전전이라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시위 형태로 볼 때 언제든지 돌변해 열차 탑승 또는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공사는 현행 철도안전법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정당하게 법 집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철도안전법과 시행령은 역 시설 안에서 철도 종사자의 허가 없는 연설·권유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길 시 퇴거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국토부도 명확한 판단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사 내부 공문을 보면, 지난달 18일 국토부는 침묵 선전전이 철도안전법 시행령이 금지한 ‘권유’에 해당하는지 묻는 공사의 질의에 “어떤 행위가 연설·권유행위로서 철도보호 및 질서유지를 해칠 우려가 있다면, 금지 행위로 봄이 타당할 것”이라면서도 “특정 행위가 금지 행위인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현장 관리 주체가 적절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도경 변호사는 “국토부도 명확히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소송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공사의 주장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아 본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해당 소송에는 전장연 단체와 최소 20여명의 개인 참가자들이 원고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