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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거리비례 버스요금’ 백지화…공표 4시간 만

등록 2023-02-08 19:44수정 2023-02-09 02:30

서울 시내버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시내버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버스도 지하철처럼 탑승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거리비례 운임제’를 도입하려던 서울시가 추진 사실을 공표한 지 4시간 만에 돌연 백지화했다. 누적되는 버스 운영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2004년 버스체계 개편 뒤 19년 만에 거리비례제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시민들의 반발과 물가 부담을 우려한 중앙정부의 유무형 압박에 백기투항한 모양새다.

서울시는 8일 오전 11시20분쯤 “대중교통 기본요금 인상 조정을 추진함과 동시에, 그간 논의되어왔던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거리비례제 적용을 (시의회에) 안건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겨레>가 서울시의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 서울시가 버스 요금 거리비례제 추진 계획을 담은 ‘서울특별시 대중교통 요금조정 계획안에 대한 의견청취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6일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8일 오후 3시20분쯤 “도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공지 문자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냈다.

서울시가 애초 구상한 거리비례제가 도입될 경우, 버스를 이용할 때 이동거리가 길면 환승 여부와 상관없이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지금은 서울에서 지하철이나 다른 버스로 갈아타지 않고 버스만 한차례 이용할 경우 이동거리에 따른 추가요금 없이 균일한 기본요금을 내왔다. 하지만 거리비례제가 적용되면, 간선·지선버스 이용 때 10~30㎞까지는 5㎞마다 150원씩 부과되고, 30㎞를 넘어가면 150원이 다시 부과된다. 광역버스와 심야버스는 30∼60㎞ 구간은 5㎞마다 150원, 60㎞를 초과하면 150원의 추가요금이 매겨지도록 했다.

서울시가 거리비례제를 갑작스럽게 철회한 것은 고물가 상황에서 버스 요금 인상에 따른 시민들의 거부감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거리비례제 도입 백지화 방침을 공지한 뒤 “다양한 의견청취 과정에서 현재 지속된 고물가로 서민 경제 부담이 있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천시민과 경기도민의 부담을 고려해 시내버스 거리비례제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거리비례제 도입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보고받았다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대중교통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 동결을 주문한 것도 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전날 수도권을 콕 집어 “최근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발표 및 택시 요금 인상 등으로 서민 물가 체감 확대가 우려되는 만큼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 조정 및 인상 금액 최소화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행안부 요청보다는) 물가 인상에 대한 (서울시의 자체) 고려가 컸다”며 “여러가지를 복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리비례제를 제외한 의견청취안 안건은 그대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의견청취안에는 간선·지선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앞서 알려진 대로 300원 인상안과 400원 인상안이 각각 1·2안으로, 광역버스 기본요금은 현행 2300원에서 3000원으로, 마을버스는 900원에서 1200원으로, 심야버스는 215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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