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안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를 포함해 전국 광역시·도에 대중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자제를 요청한 행정안전부의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서울시의 최종 결정에 따라 인천 등 수도권 광역지자체도 동참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하철·버스 요금은 8년간 동결된 탓에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지하철 무임 수송 비용을 분담한다면 요금 인상폭은 조정할 여지는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미 300원 인상안을 연말에 예고하고 공청회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다른 안을 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또다른 관계자도 “중앙정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서울시도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요금 인상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말께 서울시의 지하철·버스 요금은 계획대로 기본요금 300~400원씩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 쪽은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철회한 것은 행안부 요청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가 멀수록 추가 요금을 물리는 제도 도입 철회를 넘어서는 인상안 보류나 인상폭 조정은 어렵다는 취지다.
앞서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지난 7일 17개 광역시·도 기조실장을 불러 “수도권 대중교통(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발표 등으로 서민 물가 체감 확대가 우려되는 만큼,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조정하고 인상 금액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후에도 한 차관은 광역시·도 부단체장에게 지방 공공요금의 안정적인 관리를 주문했다. 이런 주문이 전국 최대 규모 지자체인 서울시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울시와 행안부가 팽팽히 맞서면서 인천시 등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천시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행안부는 요금 인상을 자제하라고 하고 서울시는 올린다고 한다. 인천시가 입장을 정하기가 난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승 횟수 등을 따지지 않고 총거리에 따라 요금을 물리는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가 운용 중인 상황에서 서울시 나홀로 인상은 인천 등 나머지 지자체의 재정 부담과 운송업체 손실로 이어진다. 인천시 교통국 담당자는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 협약에 따라 요금 인상을 위해선 관련 지자체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일단 버스요금 동결을 선언한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요금 결정권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정부는 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가급적이면 하반기로 요금 인상을 미뤄달라고 전 지자체를 상대로 협조 요청을 한 것”이라며 “서울시의 경우 앞으로 물가대책위원회 심의와 4자 협의체(서울, 경기, 인천, 코레일) 실무회의가 남아 있는데, 그 과정에서 정부 정책 방향에 따른 협조 요청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