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시의회와 동거 중인 이상일 용인시장이 야당 의원이 발의한 조례에 잇따라 재의를 요구하고 있다. 재의 요구에 따른 의결 정족수 규정과 정당별 의석 분포 등을 염두에 두면 이 조례들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시와 시의회 간 긴장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경기 용인시와 시의회 말을 들어보면, 용인시는 지난 9일 시의회를 통과한 ‘용인시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최근 요구했다. 이 조례는 ‘갈등이 발생한 지역(읍·면·동)에서 투표권을 가진 주민 14분의 1 이상이 갈등조정협의회 설치를 요청하면 시장은 명백한 사정이 없는 한 응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을 담고 있다. 협의회 구성도 당사자 대표를 포함시키도록 한 조항도 있다. 기존 조례에선 갈등조정협의회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임의로 설치할 수 있으며, 위원도 시장이 소속 공무원, 당사자 및 해당 사안 관련 전문가 중에서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이상일 시장은 입장문을 내어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재량권도 침해하고 있다”며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월권이 지나치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다.
해당 조례는 민주당 소속 이상욱 시의원이 대표발의했다. 해당 상임위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됐으나, 본회의에 직상정돼 가결됐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시의회에서 실력 행사를 한 셈이다. 용인시의회는 민주당 17석, 국민의힘 15석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힘 시의원단은 성명을 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시의원을 앞세워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모습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번과 거의 같은 공방이 있었다. 민주당 장정순 시의원이 대표발의한 ‘용인시 공공시설 개방 및 사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이 상임위에선 부결됐다가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 조례에는 정치인의 의정활동 보고나 예배·법회 등 종교 집회를 제외한 나머지 집회를 열 땐 공공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에도 이상일 시장은 “정치인이 개최하는 각종 집회, 교육 등의 행사에서 특정 정당이나 당원의 정치적 의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와 공직자들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며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한 바 있다.
시의회에서 가결된 조례안에 대해 시장이 재의를 요구하면, 의회는 다시 표결해야 한다. 이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의석 구조를 고려하면 재의에 따른 표결 때는 해당 조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공공시설 개방 조례 개정안 재의 요구는 지난해 연말 시의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이번에 재의 요구한 갈등 예방 조례 개정안은 16일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시의회로 송달된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