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가 차량 앞 유리에 비상용으로 붙여 놓은 휴대전화번호가 범죄, 무단 광고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주차안심번호 지원에 나선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지난해 11월 한 방송에 출연한 형사님이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니 주차장에 번호를 남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셨다는 구민께서 문자를 보내주셨다”며 “개인정보인 번호가 광고업체 등에 넘어가 이용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특히 여성 운전자에게는 스토킹과 같은 범죄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성동구는 다음달부터 주차안심번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차량에 전화번호를 기재해놓은 경우 주·정차 시에 번호가 스토킹,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거나 스팸문자 등 악성 광고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았다.
성동구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주차안심번호 서비스는 050으로 시작하는 12자리 숫자로 된 안심번호를 발급받아 개인정보 노출 없이 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모바일 앱을 다운받아 안심번호를 발급받고, 차량에 부착하면 된다. 차주의 전화번호 노출 없이 통화할 수 있고, 전화를 거는 사람 역시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는다. 택배·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때 설정하는 안심번호와 유사하다. 정 구청장은 “서로 통화하지 않고도 에이알에스(ARS)나 자동 문자를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 도입할 주차안심번호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실제 조사 결과 이용자의 90%가 통화하는 일 없이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주차안심번호 서비스를 시행한 바 있다. 대구 수성구, 경기 안산·시흥시 등이 개인 연락처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주차안심번호를 무료로 제공했고, 제주의 경우 개인번호 대신 큐알(QR)코드 형식의 안심번호를 부착하는 방식을 도입해 호응을 이끌어냈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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