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인천항 갑문에서 발생한 노동자 추락 사망사고 당시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법정 구속됐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는 7일 선고 공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인천항만공사에게 벌금 1억원을, 하청업체 소장에게 징역 1년을, ㄱ씨 등 갑문 수리공사 하도급업체 대표 2명에게 각각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최 전 사장과 인천항만공사는 인력이나 자산 규모가 열악한 하도급업체에 갑문 정비공사를 외주화한 뒤 책임을 모두 업체에 떠넘기고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 같은 갑질과 위험의 외주화가 수많은 근로자를 죽게 하는 구조를 야기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의 쟁점은 최 전 사장을 산안법상 건설공사 발주자로 봐야 하는지 도급인으로 봐야 하는지였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별도 면허가 필요한 건설, 전기, 정보통신, 소방시설, 문화재 수리 공사에 한해 도급을 하면서, 시공을 주도하거나 총괄·관리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산안법에서는 도급인에게는 안전조치 의무를 부여하지만 건설공사 발주자에게는 부여하지 않는다. 최 전 사장 쪽은 재판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발주자는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없다”며 “인천항만공사는 건설공사 발주사에 해당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지난 2020년 10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부산항만공사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판사는 “규범적으로 보면 (최 전 사장은)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고,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다”며 최 전 사장을 건설공사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이라고 판단했다. 인천항만공사가 시공 과정에서 하청업체를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본 셈이다.
인천항만공사가 갑문 관련 업무보고를 지속해서 서면 형태로 작성해온 점, 항만공사 직원 간부가 (시공) 감독일지를 작성해 현장을 점검하고, 주간회의록과 설계 시공방법, 설계도면서도 직접 작성한 점 등이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항만공사는 사고 발생 전 재해예방 지도점검 결과 보고서에 (노동자)추락 위험을 지적하면서 안전난간대를 철저히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밖에 항만공사법에 항만공사의 업무로 항만시설 유지·보수를 규정하는 점, 인천항만공사의 인력과 자산 규모가 시공을 맡은 민간업체보다 월등히 우월하다는 점 등도 최 전 사장에게 공사 시공을 총괄·관리하는 지위가 있다는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6월3일 인천시 중구 인천항 갑문에서 보수공사를 진행할 때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오전 8시18분께 인천항 갑문 위에서 작업하던 ㄴ(사망 당시 46살)씨가 18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갑문 보수공사는 인천항만공사가 발주, ㄱ씨가 대표를 맡은 민간업체가 수주해 공사했다. 검찰은 인천항만공사가 원도급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최 전 사장 등에게 산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