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관련 사업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83살 월남 참전용사가 경찰에 ‘사기 일당을 엄벌해 달라’며 보낸 손편지.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저는 국가 유공자입니다. 반려견 사업 한다고 사기 친 사기꾼을 엄벌해 주세요.’
83살 월남 참전용사의 손편지에 경찰이 화답했다. 경찰은 반려견 플랫폼 구축 사업에 투자하면 120~15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2만2000여명으로부터 받은 투자금 1600억원 상당을 가로챈 일당을 일망타진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방문판매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다단계 회사 대표 ㄱ(50대)씨 등 67명을 검거하고, ㄱ씨 등 핵심 간부 3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ㄱ씨 등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반려견 플랫폼 개발사업을 한다며 전국 62곳에 영업점을 두고, 2만2000여명으로부터 16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원금을 포함해 120~150%의 수익을 자체 발행한 코인으로 지급하고, 향후 해당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면 수십 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운영한 회사가 특허 등록했다는 반려견 신원확인 ‘비문리더기’는 실제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된 비문 식별기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반려견 테마파크를 짓겠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용지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건축물 건립이 불가능한 국가소유 임대토지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후순위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의 수당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으로 범행했다. 피해자는 적게는 12만원부터 많게는 3억5000만원의 피해를 봤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본 이들이 ㄱ씨 등을 엄벌해 달라는 손편지 등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83억원을 기소전추징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기간에 원금·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한 가상자산 투자는 범죄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수상한 점이 있다면, 경찰 또는 금융감독원(133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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