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출산은 했지만, 출생신고는 하지 않은 ‘유령 아기’ 사례를 조사 중인 경찰이 아기를 교회 베이비박스에 딸을 유기한 혐의로 입건 전 조사 중이었던 친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3일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 혐의로 30대 친모 ㄱ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2015년 11월께 교회 베이비박스에 자신의 딸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례는 감사원의 유령 아기 표본조사 과정에서 파악됐다.
ㄱ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기를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기 유기 당시 20대 미혼모였던 ㄱ씨는 다른 직업이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ㄱ씨는 경찰에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 아기를 계속 키우기 어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ㄱ씨가 교회 직원들과 상담 절차 없이 곧바로 자리를 뜬 점을 근거로 아동유기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ㄱ씨가 의지만 있으면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었다고도 판단했다. ㄱ씨의 아기는 당초 출생 미신고자로 분류됐지만, 보육시설 관계자에 의해 출생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간 행위가 아동유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엇갈린 판결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법은 2021년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20대 부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유기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당시 이 부부는 2015년 출생 신고 후 생후 2개월 된 딸을 교회 베이비박스에 두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창모 부장판사는 지난 2022년 7월13일 영아유기 혐의로 기소된 ㄷ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7월과 2021년 4월 서울의 한 교회의 베이비 박스에 자신의 아기를 두 차례 놓고 떠난 혐의로 기소된 ㄷ씨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교회에는 보호하는 아기들을 돌보고 새로 맡겨지는 아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사람이 상주하고 있었다”며 “ㄷ씨도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장소를 이탈한 것이 아니라 담당자와 상담을 거쳐 아이들을 공동체에 맡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이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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