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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습지 눈 끔뻑 금개구리…신도시 대체 ‘서식지 이주’ 작전은

등록 2023-09-12 07:00수정 2023-09-12 08:05

[현장] 3기 신도시 개발 앞둔 계양들녘…‘습지 생물’ 구조
물방개 등 습지 생물을 대체 서식지로 옮기는 모습. 이승욱 기자
물방개 등 습지 생물을 대체 서식지로 옮기는 모습. 이승욱 기자

“여깄다, 여기!” “어디 어디?” “저기 개구리밥 사이. 보여?” “와, 진짜네. 뜰채, 뜰채! 빨리 가져와.”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든 수로에 개구리밥이 둥둥 떠다녔다. 물 위를 덮은 개구리밥 사이로 동그란 눈동자가 깜빡거렸다. 등에 금색 두 줄이 선명한 멸종위기종 금개구리다.

지난 9일 오후 인천 계양구 동양동에 있는 약 330만㎡(약 100만평)의 논 습지에서 열린 ‘논생물 구출 대작전’ 행사에 가족 단위 참가자 수십명이 함께했다. 어린이와 어른들이 잠자리채와 낚시용 뜰채를 들고 습지 사이에 난 좁은 길을 바삐 뛰어다녔다. 습지 생물의 보금자리인 이곳에는 물방개, 고추잠자리 유충 등 생물 14종이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10마리도 산다고 보고됐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멸종위기종을 제외한 다른 습지 생물들은 잡아서 대체 습지로 옮겼다.

9살 아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조병석(50)씨는 “이곳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다. 3기 신도시가 개발되면 자연이 모두 사라지니까 이런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참여했다. 이런 공간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계양들녘’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이곳은 ‘수도권제1순환선’(옛 서울외곽순환도로)이 관통하는 옛 김포평야의 한 부분이다. 질 좋은 쌀을 생산한 곡창지대로서 가치도 있지만, 환경적 가치도 크다. 논 습지로 이뤄진 계양들녘은 생태 환경이 우수해 멸종위기종인 양서류와 조류가 많이 살았다. 특히 금개구리는 다른 개구리와 달리 물웅덩이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 논 습지는 안성맞춤인 서식지였다.

하지만 2018년 계양들녘이 제3기 신도시 계양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되면서 이들의 서식지도 훼손될 위기에 빠졌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공공택지지구 내 대체 서식지를 만들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에 사는 멸종위기종 습지 생물을 이주시키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금개구리 3521마리(성체, 준성체 포함), 맹꽁이 3081마리(성체, 준성체 포함)를 잡아서 이주시켰다.

9일 오후 5시께 계양들녘에 사는 습지 생물을 대체 서식지로 옮기기 위해 ‘논생물 구출 대작전’ 참가자들이 수로를 관찰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9일 오후 5시께 계양들녘에 사는 습지 생물을 대체 서식지로 옮기기 위해 ‘논생물 구출 대작전’ 참가자들이 수로를 관찰하고 있다. 이승욱 기자

인천녹색연합은 “신도시 개발은 막지 못했지만 이곳에 사는 생명이 최대한 안전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며 “계양 신도시 지구 내 조성될 금개구리 대체 서식지가 앞으로 잘 보전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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