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6일 경기 파주시 연풍리에 있는 용주골에서 건물을 사이에 두고 ‘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 행사 참가자들과 성매매 종사자가 나뉘어있다. 이승욱기자
사실상 수도권 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성매매집결지인 경기 파주시의 ‘용주골’을 연내 폐쇄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17일 파주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는 올해 초 파주읍 연풍리 성매매업소가 밀집된 ‘용주골’ 연내 폐쇄 방침을 발표했다. 이후 ‘성매매집결지정비전담팀’을 신설하고, 불법 건축물 정비를 위한 실태조사를 벌인 뒤 지난 2월 불법 증축 및 무허가 등 100여 개 건물 및 토지의 소유주에게 자진 시정명령을 통보했다. 이 가운데 6개동은 자진 철거했다. 시는 나머지 위반 건축물 가운데 1단계 정비 대상 32개 동에 대해 지난 7월 행정대집행 영장을 발부받아, 철거 업체와 계약도 마치고 지난주 강제 철거에 나설 방침이었다.
해당 건축 소유주들이 의정부지법에 ‘위반건축물 자진시정명령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행정대집행 영장 집행이 미뤄졌다. 법원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는 다음 달 12일까지 파주시의 행정 처분 집행을 정지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건축물 소유주들이 낸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용주골 정비 계획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 시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온 뒤 행정대집행 일정을 다시 잡을 예정이다.
용주골은 6·25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성매매집결지가 형성된 곳이다. 한때 성매매업소만 200여곳에 달했다가 2000년대 미군기지가 이전하고,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쇠퇴해 지금은 50여개 업소와 200여명의 종사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지난 5월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해 종사자 1명당 최대 4000만원을 2년에 걸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종사자들이 생계가 막막해진다며 폐쇄 유예기간을 줘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시의 연내 폐쇄 정책에 맞서고 있다. 전체 종사자 가운데 절반가량만 자활 지원금이 지급되고, 지원금 규모도 첫해 월 100만원, 다음해 월 50만원 수준으로 자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가 강제 철거에 돌입하게 되면, 양쪽 간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는 갈등 최소화를 위해 지난 2021년 5월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자진 폐쇄를 유도한 수원시 등 다른 지자체의 성과도 살펴보고 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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