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건설노조 경인지부가 엘에이치 검단사업단 앞에서 엘에이치 검단 아파트 철근 누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승욱 기자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 벽식구조의 아파트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과 관련, 해당 현장에서 부실시공이 빈번하게 이뤄졌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건설노조 경인지부는 26일 오후 엘에이치 검단사업단 앞에서 ‘엘에이치 검단 아파트 철근 누락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단 아파트 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ㄱ씨는 기자회견에서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기둥 위치에 철근을 넣는 것을 누락했다. 그 이후에 문제를 해결한다고 기둥이 위치할 콘크리트에 구멍을 뚫고 철근을 세운 뒤 기둥을 만들었다”며 “원래 기둥에 들어갈 철근이 ‘ㄴ’자 모양으로 꺾여서 콘크리트에 고정돼야 움직이지 않는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작업한 것”이라고 했다. ㄱ씨는 자신이 일한 해당 공사현장 아파트 단지 2개 동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당초 기자회견에 참석하려 했던 또 다른 현장 노동자 ㄴ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5~6월 지하층 공사가 진행됐을 때 현장 감리가 철근 누락을 확인했다”며 “감리업체에서는 당시 해당 내용을 보고했는데도 공사는 계속 진행됐다”고 말했다. “전면 재시공을 주장한 감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감리는 교체됐다”고 건설노조 경인지부는 전했다.
건설노조 경인지부는 “철근 누락을 보고했지만 공사가 진행됐다는 건설노동자의 증언은 이미 현장에서 철근 부실이 드러났음에도 엘에이치와 건설사가 이를 덮으려고 했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엘에이치에 책임 있는 자세와 부실시공의 철저한 원인 규명을 요구한다”며 “현장에서 발생한 부실시공 문제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부실시공 업체 퇴출 등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엘에이치는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에 건설 중인 한 공공분양 아파트 건물에서 외벽 철근이 30%가량 빠진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철근 누락 동은 전체 13개 동 가운데 4개 동이며 지하 벽체에서 철근 누락이 발생했다. 벽식 구조 아파트는 외벽이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의 역할을 해 철근을 누락하면 붕괴 위험이 크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외벽 철근 누락 긴급 점검회의’에서 “기본적인 부분에서 (외벽 철근 누락) 이런 실책이 벌어진 것을 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골조 등 시공 과정에 있는 공공주택에 대해 일제 점검해달라”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