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양대 노조 연합 교섭단과 조합원들이 지난 18일 서울시청 앞에서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이사로 ‘엠제트(MZ) 노동조합’으로 불리는 올바른노동조합 후보가 임명됐다. 올바른노조가 회사 이사회에 진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 노동이사에 민주노총 산하의 서울교통공사노조 노기호 후보와 올바른노조 조은호 후보를 각각 지명했다.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이사는 총 2명으로 공사의 최고 의결기구인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갖는다. 임기는 총 3년이다.
투자출연기관의 노동이사는 직원의 투표를 거쳐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지명 인원의 2배수를 추천한다. 즉, 추천위가 득표순으로 1∼4위 후보를 추천하면 조례에 따라 서울시장이 4명 중 2명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지난 8월 실시한 투표에선 서울교통공사노조 출신인 노기호 후보와 장기현 후보가 각각 1, 2위를 했고 조은호 후보는 3위에 올랐다.
1·2위 후보가 속한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그동안은 득표 상위 2명을 노동이사로 임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오 시장이 이례적으로 1위와 3위를 함께 지명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서울시 산하기관을 포함해 어디에서도 결격사유 없이 직원들의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시장이 마음대로 노동이사를 임명한 전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는데도 득표 순위대로 지명하지 않은 건 “노동자 당사자의 의사를 사실상 무시한” 결정이란 설명이다.
서울시는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기관운영에 반영하겠단 뜻”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의 결정에 대해 “노동이사제는 경영에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라며 “연령대가 비슷한 2명을 임명하기보다는 젊은 직원들의 의견도 반영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의 반발에 대해서는 “추천받은 후보 중에 누구를 임명할 지는 임명권자인 시장에게 전적으로 재량권이 있다. 그 부분은 시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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