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 중인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36)씨의 사진. 왼쪽은 지난 2일 서울구치소 수용 당시 모습. 오른쪽은 병원에서 달아난 4일 오후 4시 44분께 포착된 모습.
구치소 수감 중 병원 치료를 받다가 달아난 특수강도 피의자 김길수(36)씨가 사흘째 행방이 묘연하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2차례나 옷을 갈아입고, 머리 모양 등을 바꿔가며 도주 중이다. 수사·교정당국은 수배 현상금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렸다.
6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40분께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포착된 뒤 행적이 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그가 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이동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계속 추적 중이다. 현재 경기남·북부청, 서울경찰청, 교정국 등 4개 기관 9개팀 60여명이 행방을 쫓고 있다.
김씨는 도주한 당일 오전 6시53분 입원했던 안양시 동안구 한림대병원 성심병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오전 7시47분께 의정부역 인근에서 내렸다. 지인 여성과 남동생을 만나 택시비와 수십만원의 현금을 받고서 서울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주 당시 병원 직원 복장이던 그는 베이지색 상·하의를 착용했다가, 마지막 모습이 포착된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상·하의 검은색 가을옷으로 갈아입고 머리스타일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 수배전단을 최신 모습으로 다시 제작·배포하는 한편, 법무부와 논의해 현상금도 500만원에서 이날 1000만원으로 올렸다. 112에 신고된 김씨 관련 제보 15건 중 신빙성 있다고 판단되는 2건에 대해 조사 중이며, 나머지 13건은 관련이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2011년 성범죄 등을 저질러 징역형을 확정받고, 2020년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특수강도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체포된 뒤 유치장에서 5㎝가량의 플라스틱 숟가락 손잡이를 삼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지난 2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4일 오전 6시20분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도주했다. 그는 불법 자금을 세탁해 주겠다며 피해자를 만나 호신용 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리고, 현금 7억4천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범죄피해금 7천만원 상당은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서초서에서 수사 중이다.
홍기현 경기남부청장은 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다양한 수사기법을 동원해 동선을 추적 중이고, 휴대전화도 없이 현금만으로 도주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면서 “더욱이 몸속에 플라스틱이 있는 상태로 도주해 건강상 문제도 있어 신속하게 검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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