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의 근본 취지는 비현실적인 규제를 풀어 경기북부 지역을 발전시키자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지난 22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만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취임 당시 따라붙었던 ‘정치 초보’라는 딱지는 이미 떨어져 있었다. 그는 민선 8기 핵심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과 관련해 행정적 절차와 정치적 행보까지 염두에 둔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김 지사는 최근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경기도 김포시 등 서울시 인접 도시에 대한 ‘서울 편입론’과 관련해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대국민 사기극’ 또는 ‘정치쇼’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또한, 주민 의견 수렴이나 지방의회 의견 청취 등이 전혀 없이 급조된 ‘서울 확장론’과 사실상 모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비전을 비교하며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말이 있다”며 “길이 막히면 새 길을 내서라도 끝까지 가겠다”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와 미래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그 핵심은 △규제개혁 △인프라 구축 △투자유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되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포천에서 여러 청년을 만났다. 그들은 ‘고향이 포천이고 계속 살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고 문화 혜택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포천에 맞는 지역발전 계획을 추진해서 기업을 유치하고,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 연천에 있는 주민들은 군사분계선 10㎞, 그리고 군사시설 300m 안에는 모든 건축과 증개·축 등이 모두 제한된다. 북부특별자치도가 되면 이런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 예컨대 탄약고에서 250m 떨어진 데에 있는 건물을 지으려는 분들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무실한 군사시설까지도 이런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어 경기북부 주민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이런 것이 바뀔 것이다. 또한, 파주나 고양에 있는 청년과 시민들은 미디어, 콘텐츠, 영상 등의 산업을 더 많이 유치해달라고 한다. 특별자치도가 되면 이런 수많은 것들이 가능해진다. 거시적으로 소득이 얼마 올라가고 교통 시간이 얼마 단축되고 이런 것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삶의 질이 달라지려면 규제개혁이 관건인데?
“경기북부의 규제 구역은 경기북부 전체 면적의 1.5배나 된다. 중첩규제가 심하니 그런 것이다. 많은 국민은 북부가 이런 일로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모를 거다. 이 고통은 북부 주민들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북부 주민의 희생인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비현실적인 규제 등을 풀어 이 지역을 발전시키자는 게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의 근본 취지다. 경기북부는 360만명이 넘는 인구가 있다. 그리고 중첩규제로 인해 역설적으로 잘 보존된 환경과 생태가 존재한다. 이런 것을 접목·발전시키는 일이 성장의 큰 잠재력이다.
북부특별자치도의 구성요소는 규제개혁과 인프라 구축 그리고 기업을 포함한 투자 유치다. 관련 특별법이 통과하면 여러 가지 중첩규제를 풀 수 있다. 하지만, 그때까지 경기도는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21일 포천·동두천·양주·가평·연천 등 5개 시장·군수가 기회발전특구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기도는 우선 자체로 풀 수 있는 북부에 대한 규제를 찾아내 풀어낼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9월25일 오전 경기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비전 선포를 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과정에 가장 큰 난관은?
“‘경기도 분도’ 즉,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나온 얘기다. 말로만 진행됐던 것을 이제 실천에 옮겨 지난 9월26일 국무총리와 행안부에 주민투표를 요청한 것이다.
그럼에도 갑자기 국민의힘 쪽이 김포시는 물론 구리·하남·고양 등 서울시 인접도시들을 서울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몇몇 자치단체는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울편입론에 찬성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지난 8일 행안부 장관까지 ‘특별자치도 설치 관련 주민투표 비용이 500억원이 든다’는 말을 하며 부정의견을 냈다.
정부가 비용 얘기를 한다는데, 옹색하기 짝이 없다. 어떤 의견 수렴이나 논의, 비전도 없는 총선용 사기극으로 국민을 사탕발림하는(김포시 등의 서울편입론) 것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정부가 정치적 고려로 주민투표를 거부하는 쪽으로 결정한다면 360만이 넘는 북부 주민은 물론, 1400만 경기도민 등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주민투표가 정부 반대로 무산될 경우, 경기도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관련 시·군의회에서 의견(의결)을 들어 국회에 제출해 해당 특별법에 대한 심의를 국회에 직접 요구할 것이다
필요하면 제가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수뇌부와의 회동은 물론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이는 민주당의 당헌·당규가 모두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어서 이견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내 특별법 처리를 위해 주민투표 결정은 12월 중순이 넘어서면 안 된다는 것을 정부가 기억해야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진각 생태탐방로에서 열린 DMZ 평화 걷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경기도가 남북부로 나뉘면 재정 등 더 큰 괴리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경기도 분도는 경기도 북부지역의 경우 낮은 지방 재정자립도가 더 악화하고 지역 발전의 불균형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지금 같은 상태로 가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점점 더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판’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이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바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다. 북부특별자치도가 되면, 지금 북부의 여러 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발전 속도가 배가 될 것이다. 학교에서도 90점 맞는 친구가 10% 점수 올리기 어렵다. 60점, 70점 맞는 친구가 10%, 20%, 30% 올리기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자본의 한계, 투자 수익’이라는 건 자본 한 단위를 투자했을 때 생기는 수익의 양이다. 어느 정도 안정화된 데는 같은 자본의 양을 투자했을 때 돌아오는 수익이 크지 않다. 상대적으로 발전의 여지가 많은 곳은 그 투자의 한계 수익이 높다. 그게 바로 경기북부다. 판을 바꾸지 않고 지금대로 가면 현재 상황은 더욱 고착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21일 오전 경기도청 북부청사 상황실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문희상 특별자문위원(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오후석 행정2부지사, 강성종 신한대 총장,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박해미 뮤지컬 배우 등 위원들이 위촉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경기도민과 정부, 민주당에 한마디 한다면?
“지금껏 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한 비전, 그리고 권역과 지역별 발전계획, 경기도민 의견수렴 등을 거쳤다. 경기도의회의 결의안까지 끌어냈다. 정치권에서 말로만 하던 걸 실천에 옮겨 지금 여기까지 왔다. 이제 공을 중앙정부 코트로 쳐 넘겼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한 경기도민의 여망과 준비를 착실하게 해왔는데, 불과 5개월짜리 총선 전략으로 김포 서울편입론 등을 국민의힘이 들고나오며 훼방을 놓으려 한다.
경기도민의 오랜 열망을 담은 민주적 절차, 즉 주민투표를 비용 운운하면서 부정적으로 본다면 ‘정치적 의도’로 도민의 열망을 막으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비용이 걱정된다고 했는데, 주민투표가 성사되면 그에 들어간 비용의 10배, 100배 그 이상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고수입 들어오게끔 할 테니까 걱정 말라.
주민투표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의 정당성과 추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주적 절차다. 또한,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자치분권은 민주당의 당헌·당규와 강령에 나와 있다. 이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해서 민주당은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이 만든 프레임에 걸리지 않기 위해 조금 소극적으로 나가자’는 생각을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민주당이 이 문제를 표 계산이나 선거 프레임 문제로 생각해서 대처한다면 민주당답지 못한 것이다.
최근 선거법 문제도 그렇고 민주당은 북부특별자치도 문제에 있어 지방자치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정당으로서의 길을 가야 한다. 김포의 서울 편입 또는 서울 확장은 이제까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치적 속임수라는 것을 우리 현명한 국민이 다 아실 것이라고 믿는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