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여울공원 내 조성되는 사계절 관람할 수 있는 전시 온실 조감도.
국내에서 다섯번째로 인구 100만 도시로 급성장한 경기도 화성시는 전국 각지에서 기업과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컨설팅회사 매킨지의 전망대로 ‘2025년 세계 7대 부자 도시’에 다가서고 있는 화성시는 ‘첨단산업 중심의 지속 성장’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인력과 생산업체, 기술연구소, 정주 여건을 모두 갖춘 ‘화성형 테크노폴’을 구축해 자족도시의 기능을 강화하고, ‘보타닉가든’으로 상징되는 자연친화적 도시 기능을 확대해 누구나 살고 싶은 꿈의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게 ‘200만 도시’로 비상하기 위한 화성시의 20년 장기 프로젝트다. 화성시가 동서 간 격차 해소를 위한 교통·지역 특화사업에 행정 역량을 고루 투입하는 이유다.
실리콘밸리 버금가는 테크노폴 조성…지역내총생산 100조 시대로
화성시는 테크노폴 조성 여건이 갖춰진 최적의 도시라고 자평한다. 테크노폴은 미국 실리콘밸리,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 등과 같이 연구, 교육기관, 산업체를 한데 모아놓은 첨단기술 복합도시를 말한다. 화성시는 동쪽에 반도체, 서쪽은 모빌리티, 남쪽은 바이오산업을 거점으로 테크노폴을 육성하려고 한다. 동쪽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과 네덜란드 반도체기업인 에이에스엠엘(ASML)과 에이에스엠(ASM) 등이 있고, 반도체 관련 소부장 기업 4500여개가 밀집된 곳이다. 시는 지난해 1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롯데백화점과 협약을 맺고 롯데백화점 동탄점 안에 1870㎡ 규모의 ‘카이스트 사이언스 허브’도 문을 열었다. 이곳은 반도체 교육센터와 스타트업 공유사무실, 과학전시관 등을 갖춘 플랫폼이다.
화성시 서쪽 우정읍 일대에 있는 기아차 오토랜드 화성 전경.
서쪽은 현대차그룹의 기아차 생산공장과 현대·기아 연구개발센터인 남양연구소, 자동차 관련 1000여개의 기업이 몰려 있다. 기아차가 1조원을 투자해 연간 1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는 중이다. 화성은 자율주행 기술을 도시에 실제로 접목해 실증하는 정부의 ‘레벨4 이상 자율주행 리빙랩 실증 사업’에도 선정됐다. 앞으로 7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교통약자 이동지원, 수요응답 미니셔틀, 도로유지 관리, 긴급출동 및 도로통제 등 레벨4 이상 자율주행 기술·서비스의 통합적 실증 작업이 이뤄진다.
북쪽에도 자율주행차 부품협력 제조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자율주행기술연구센터 및 스마트 공기조화기술 평가센터’가 들어섰다. 인근에 홍익대가 4차 산업혁명 캠퍼스(10만8690㎡)를 조성할 예정이며, 캠퍼스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지능형로봇·자율주행 모빌리티 분야 인재 육성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화성은 자율주행 관련 실험과 인증, 생산 등 관련 인프라를 모두 갖춘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화성 시화 간척지 남단에 들어설 화성국제테마파크 조감도.
향남제약단지, 한미약품, 우정바이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집적된 남쪽에는 종합병원 유치와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권역별 테크노폴 구축은 첨단기술인력의 양성·채용을 지원하고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재투자를 유도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으로 화성시에서 길러낸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하고, 정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화성시는 내년까지 테크노폴의 기본구상을 구체화한 뒤 ‘테크노폴 시범 집적지구’를 지정해 필요한 지원사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지난달 21일 100만 도시로 새출발을 알리는 시정브리핑에서 “밀려오는 첨단산업 기업들을 지렛대 삼아 지역내총생산(GRDP) 100조원을 달성하고, 1인당 국민총생산(GNP) 10만달러의 시대를 열어 ‘세계 속의 부자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 화성시 지역내총생산은 91조원(2021년 기준)으로 전국 1위다.
화성 동쪽 동탄권, 서부권 보타닉가든 기본 구상도.
“여기가 정원박람회장인가”…화성시 전체 ‘거대 정원화’
미래 도시를 위한 또 하나의 장기 프로젝트는 권역마다 하나씩 거대 공공정원을 만들어 하나로 연결하는 ‘보타닉가든’ 조성 사업이다. 보타닉가든은 지역 내 공원과 녹지를 연결해 다양한 전시·관람 및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공공정원을 의미한다. 뉴욕·시카고·시드니·밴쿠버·싱가포르 등 글로벌 도시들에서 시민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동시에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화성시의 1인당 공원 면적은 18㎡다.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아직은 시민 휴식처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화성시는 보타닉가든 조성이 이런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화성시가 거점별로 조성하려고 구상하는 보타닉가든은 전체 사업면적이 226만㎡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2042년까지 3870억원이 투입된다. 화성시는 보타닉가든의 ‘마중물 사업’으로 동탄권 오산천과 연계해 반석산 여울공원 안에 전시 온실(8000㎡)과 작은도서관 등 문화공간, 국제작가정원 등을 꾸미려고 한다. 전시 온실은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나 세종시에 있는 국립세종수목원처럼 정원관리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전시 온실은 설계공모를 거쳐 9월부터 기본 및 실시 설계에 들어갔다.
서부권 시민을 위해 팔탄면에 있는 우리꽃식물원도 환경개선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사계절 온실과 야외정원을 새단장하기 위한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2025년까지 전곡항에서 궁평항까지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산책용 데크(‘황금해안길’)를 설치해 서해 낙조를 감상하는 명소로 키우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매향리 평화생태공원과 우음도 공원 등 서남부권의 주요 거점 공원도 보타닉가든으로 꾸며 권역별 균형 개발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화성 외곽 주요 거검을 타원형으로 연결하는 화성 내부순환도로망 계획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낙후한 서부권 관광레저 중심지로…불균형 격차 해소
계획인구가 15만명에 이르는 송산그린시티는 서부권 개발의 핵심 축으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시화호 남쪽 간석지 5564만㎡에 조성되는 송산그린시티는 시화호, 공룡알화석지 등 천혜의 생태환경과 마린리조트, 테마파크, 도심운하, 골프장 등 다양한 레저문화를 즐기는 관광레저 복합도시로 꾸며진다. 화성시와 경기도,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송산그린시티 내 화성국제테마파크는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세부계획 수립 절차를 밟는 중이다. 2017년 유니버설스튜디오 유치가 무산되면서 중단될 뻔했다가, 3자 협약을 맺으면서 동력을 되살렸다. 신세계그룹이 4조5700억원을 들여 418만㎡에 놀이시설과 호텔, 전문쇼핑몰, 골프장 등 복합리조트형 테마파크를 지을 예정이다.
화성시는 서해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신안산선 향남 연장 노선, 신분당선 봉담 연장 노선 등 12개 철도 노선과 화성시 외곽을 연결하는 38㎞ 길이의 내부순환도로망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철도와 순환도로망이 완성되면 화성의 끝에서 다른 끝으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0분 안으로 단축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