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한진그룹 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왼쪽 사진)씨와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을 동원해 국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모친 이명희(70) 일우재단 전 이사장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6단독 오창훈 판사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7년 항공기 회항사건으로 형 확정된 뒤 집행유예 기간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벌금 480만원을 선고하고, 63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명희 이사장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00만원과 추징금 3700여만원을 선고했다.
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대기업 회장의 가족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지극히 사적인 범행을 저질렀고, 직원들을 범행 도구로 전락시키는 등 사회적 비난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강자에 대한 지위나 사람에 따라 자의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사회적 지위 자체를 양형 효소로 고려함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오 판사는 조 전 부사장의 범행 모두를 유죄로 인정하며, 2017년 12월21일 형이 확정된 이른바 ‘항공기 회항사건’ 전후로 나눠 판결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명품 의류와 가방 등 시가 89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203차례에 걸쳐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오 판사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범행해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밀수한 203회 중 50만원 이하가 82.8%였고, 대부분 자체 소비하기 위한 생활용품이었다”며 “동종 범죄에 비춰 실형에 선고할 만큼 중한 범죄는 아니어서 벌금형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선 “수입자와 납세자만 허위로 신고한 행위가 관세 행정에 지장을 초래한 것이 아니고, 밀수품도 자가 소비해 유통질서를 교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이사장도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대한항공 국외지사를 통해 도자기·장식용품·과일 등 37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여객기로 밀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한 2014년 1∼7월 국외에서 자신이 직접 구매한 3500여만원 상당의 소파와 선반 등을 마치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처럼 허위로 세관 당국에 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4개월에 추징금 6200여만원을 구형했다. 또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1년 및 벌금 2천만원에 추징금 3200만원을 구형했다.
한편, 오 판사는 이날 함께 기소된 대한항공 직원 2명은 선고유예 처분했다. 또 대항항공 법인은 무죄 선고했다. 오 판사는 “항공운송법이 아닌 관세법으로 기소한 사건으로, 법인 업무와 무관해 양벌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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