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호 부천시 문화 다양성 조례 추진위원장이 ‘부천시 문화다양성 보호 및 기본 조례 제정안’을 자진 철회한 부천시의회를 비판하는 손팻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부천시 문화다양성조례추진위원회 제공
경기도 부천시의회가 ‘동성애 반대’ 등을 주장하는 종교단체 반발에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제정하려던 조례안을 자진 철회했다.
26일 부천시의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4월 235회 임시회에 상정된 ‘부천시 문화다양성 보호 및 기본 조례 제정안’이 25일 상정 철회됐다.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양정숙 시의원이 공동발의한 13명의 동료 시의원 철회 서명을 받아 이날 시의회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철회한 것이다. 해당 조례안은 개인이나 집단의 국적·민족·인종·종교·성 등 문화적 차이로 참여를 제한하거나 금지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안 상정 자진 철회는 기독교단체 등의 강한 반발에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읽히고 있다. 조례안 발의 이후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와 부천동성애대책시민연대 등 65개 단체가 연일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항의 집회를 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조례안에 포함된 ‘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여를 구분하는 ‘성별’이 아닌 사회적 의미로, 성 소수자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문제 삼았다. 이들 단체는 또 “이 조례 제정은 동성애와 이슬람을 수용하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앞으로 퀴어축제 등에 재정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런 비상식적인 문화다양성 조례 상정을 철회하라”며 시의회를 압박했다.
반면, 부천시 문화다양성조례 제정 추진에 힘을 실어온 경기민족예술인총연합회 부천지부 등 40여개 단체로 꾸려진 부천시 ‘문화다양성조례 추진위원회’는 “시의회가 수구 적폐세력의 손을 들어줬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구자호 문화다양성조례 추진위원장은 “2014년 ‘문화 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시행 중이고, 2016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 등 전국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에서 문화다양성 조례를 제정한 상황”이라며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한 조례를 철회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조례안이 재상정되도록, 지역 내 여러 단체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