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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목선 제조 역사 품은 대장간 ‘존폐 기로’

등록 2019-07-14 15:25수정 2019-07-14 20:51

‘배 못’ 장인 운영 인천 신일철공소 철거 위기
시민단체 “산업유산 안전 조처해 보존” 요구
목선 건조에 쓰이는 ‘배 못’을 제작하던 인천 신일철공소. 2007년 이후 문을 닫은 뒤 방치되어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목선 건조에 쓰이는 ‘배 못’을 제작하던 인천 신일철공소. 2007년 이후 문을 닫은 뒤 방치되어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인천 동구 만석동에는 문 닫은 지 오래된 작은 철공소(43㎡ 규모)가 있다. 한국의 나무배(목선) 건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장장이로 꼽히는 고 박상규(1922~2007년) 장인의 대장간이자 인천 산업화의 시금석 구실을 한 신일철공소다. 1974년 문을 연 철공소는 목선의 건조 과정에서 접합 부위를 연결할 때 사용하던 배 못과 보도(볼트) 등을 제작한 곳이다. 박 장인은 우리나라 목선 건조에서 전통적 방식으로 배 못을 만드는 원천기술을 소유한 마지막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이후 목선 시대가 저물면서 명맥만 유지하던 신일철공소는 박 장인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2007년 문을 닫았다. 그곳엔 그가 사용하던 대장간 시설과 장비, 연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배 못’ 원천기술 소유 고 박상규 장인이 운영하던 대장간인 ‘신일철공소’ 간판.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배 못’ 원천기술 소유 고 박상규 장인이 운영하던 대장간인 ‘신일철공소’ 간판.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한국 조선(배 건조) 역사를 품은 이 대장간이 곧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인천 동구가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만석주꾸미 더불어마을사업’에 포함된 이 철공소를 지난 5월 8천여만원에 사들여 허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건물과 맞닿아 있는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안전 위협 및 교육 환경 저해를 이유로 꾸준히 철거를 요구해왔다. 실제로 이 건물은 12년째 방치되면서 슬레이트 지붕 일부가 뚫리고 벽에는 균열이 생긴 상태다.

반면 인천지역 시민단체들로 꾸려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는 인천 근현대 산업문화 유산인 신일철공소 철거를 반대하고 있다.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철공소를 보수해 살아 있는 교육과 체험의 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 단체는 “‘더불어마을사업’은 마을의 역사 문화 자산과 가치를 활용해 마을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도 마을의 소중한 산업유산을 철거하려는 안이한 대응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그동안 인천에서는 115년 된 ‘애경 비누공장'(1902년 건축)이 철거되는 등 근대 건축유산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더는 방관해선 안 된다. 동구와 주민, 시민단체, 어린이집 관계자, 학부모 등이 상의해 바람직한 신일철공소 활용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1974년 문을 연 신일철공소는 2007년 문을 닫은 뒤 장기간 방치되면서 슬레이트 지붕 일부가 뚫리고 벽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노후화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1974년 문을 연 신일철공소는 2007년 문을 닫은 뒤 장기간 방치되면서 슬레이트 지붕 일부가 뚫리고 벽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노후화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이에 따라 동구는 철공소 철거 계획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동구 관계자는 “철공소를 둘러싸고 철거 및 보존 요구가 엇갈리고 있다. 조만간 관련 부서 회의를 열어 신일철공소가 보존 가치가 있는 유산인지 등 논의를 거쳐 보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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