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지도 교육을 한다며 여자 중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치마 길이를 재고 길이를 45㎝ 이상으로 할 것을 권고한 인천의 한 중학교에 대해 인천시교육청이 장학사를 파견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인천시교육청의 말을 들어보면,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남녀공학 ㄱ중학교는 지난 6월26∼27일 오후 2~3학년 여학생 190여명을 대강당으로 불러 생활 지도 교육을 진행했다. 개정한 학교 생활 규정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자리였는데, 바뀐 규정에는 교복 치마 길이가 포함됐다. 이날 학생부장과 학년 부장을 포함한 교사 5명이 학생들을 번호 순서로 세우고 치마 길이를 일일이 재면서 “치마 길이가 45㎝가 돼야 한다”고 지도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런 치마 길이 지도가 학생 인권과 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시교육청은 이달 10일부터 성 인식 개선팀 담당 장학사들을 이 학교에 파견해 학교 관계자들과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시교육청은 대책의 하나로, 각종 인권 교육을 지원하는 ‘성 인권 감수성 강화 워크숍’을 ㄱ중학교에서 열기 위해 교육 전문가 파견을 검토 중이다. 이 사업은 성 인권과 관련해 교육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해당 학교 교사와 학생들에게 일정 시간의 토론 수업과 연수를 지원하는 것이다.
학교 쪽은 이와는 별개로 치마 길이를 ‘무릎 정도 길이’에서 ‘총 길이 45㎝’로 강화하기로 했던 생활 규정 개정안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의견을 시교육청에 전달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유명무실하던 학생 생활 규정을 현실에 맞도록 4월부터 개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상황이었다.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점검했던 것은 학교 생활 규정을 개정하기 전 내용을 지도 교육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그러나 이런 내용을 담은 생활 규정 개정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재논의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성 인지 감수성이나 인권 교육은 학교와 협의를 거쳐 진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가 지난해 10월 인천의 고등학교 80곳 가운데 설문에 응답한 39곳 학교 학생들을 조사한 결과, 32곳(82%)의 학교가 아침마다 교문에서 두발과 복장을 단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2곳 중 25곳은 규제에 따르지 않은 학생에게 벌점을 주는 등 관련 규정을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