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삼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바라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공사장의 타워크레인. 학교 쪽은 타워크레인에 위압감을 느끼는 학생·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안전사고를 우려해 운동장 일부에 저지선을 설치해 학생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삼가초등학교 운동장 위로 아파트 공사장 타워크레인이 지나면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지적(<한겨레>7월1일치 14면)이 제기된 가운데, 이 아파트 건설로 운동장은 물론 교실까지 햇빛이 가려져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교육 당국은 시공사 등을 상대로 건축 층수를 낮추기 위한 행정 소송과 함께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어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25일 경기도 용인교육지원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교육지원청이 외부 전문기관에 삼가초에 대한 일조시간 시뮬레이션 분석을 의뢰한 결과, 학교 옆에서 신축 중인 ‘현대힐스테이트 용인’ 아파트(13개동 1950가구)로 일조방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는 동향으로 지어진 삼가초 동쪽에 최대 38층 높이까지 건설되며, 현재 24층까지 공사를 마친 상태다.
교실 본관 창문을 기점으로 60개 지점을 예측한 결과, 건축 전 충족하던 일조시간이 완공 뒤 모든 지점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운동장도 측정한 52개 지점 모두 일조시간을 확보한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아파트 건설에 따른 과도한 일조방해로 학습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그늘진 학교’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큰 분석이다. 또한 ‘동절기 학교운동장 일부만 일조시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던 시공사 등의 시뮬레이션 결과와도 상반되는 것이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4월 용인 삼가초등학교 일조권 시뮬레이션 분석한 결과 자료. 월별 자료로 공개한 사진 12만으로 정확한 일조시간을 파악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사진에서 삼가초교는 아파트 단지 왼쪽에 있다. 삼가초안전비상대책위원회 제공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보면,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4시간 이상이거나 오전 9시~오후 1시 사이 연속 2시간 이상 일조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운동장(옥외 체육장)은 같은 시간대에 2시간 이상이나 연속해서 1시간 이상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신축 아파트는 2017년 제정된 교육환경보호법 시행 이전인 2016년 건축 승인을 받아 일조시간 등 교육환경평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그러나 고층 아파트로 인한 일조시간 등 교육환경을 현격히 침해하는 것으로 분석 결과가 나온 만큼,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상대로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교육환경 저해 요인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소송을 위한 학부모 동의 절차에 들어가는 한편, 38층 아파트의 층수를 낮춰달라는 취지의 본안 행정소송도 검토 중이다. 소송에 대비해 시뮬레이션 결과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환경보호법 시행 전 일조권 문제로 법정 다툼을 했던 서울 단대부고의 경우 법원이 층수를 낮추라는 판결을 한 사례도 있다. 법률 자문을 거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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