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중국에서 공출(약탈)로 빼앗아 당시 군수물자를 조달하던 인천 부평 조병창으로 옮겨왔던 명나라 ‘명대철제도종’이 인천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인천시는 29일 ‘명대철제도종’을 시 유형문화재 제77호로 지정·고시했다고 밝혔다. 명대철제도종은 명나라 마지막 왕인 의종 11년(1638년)에 중국 하남성 상구현에 있는 태산행궁에 걸었던 도교의 종이다.
이 종은 일본이 중국 침략 당시 쇠붙이 종류를 강제 공출해 인천 부평 조병창으로 가져와 보관하다가 해방 뒤인 1946년 시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현재 원대철제범종(시 유형문화재 제3호)와 송대철제범종(시 유형문화재 제4호)과 함께 전시돼 있다.
명대철제도종은 도관(도교의 사원)에서 사용하던 종이다. 형태는 명나라 불교종의 특징인 구연부가 벌어진 팔능형에 쌍룡의 종머리가 있으며, 도교의 특징인 팔괘가 장식돼 있다. 주조상태가 양호하고, 종신에 제작년대와 봉안처, 시주자의 관직, 장인 등이 기록된 양각 명문이 잘 남아있다. 일제의 침략과 극복의 역사를 품은 근대 동아시아 및 당시 군수물자 조달의 본거지로 활용된 인천의 역사적 특수성 등을 전해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시는 이날 ‘양주성금속비’도 시 문화재자료 제29호로 지정·고시했다. 양주성금속비는 영종첨절제사를 지낸 양주성 선생의 공덕을 기리는 비다. 인천에서 발견된 비 가운데 황동(놋쇠)으로 주조한 유일한 것으로, 철재로 만든 비는 전국에서 60여기 정도여서 희소성이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고종 12년(1875)에 일본 군함 운요호가 영종진을 포격 함락시키자 조정에서는 그해 8월 인천부를 방어영으로 승격시키고 홍문관 제학이던 양주성을 영종첨절제사로 임명했다. 양주성이 재임 기간에 새로운 영종 방어영을 완성하고 국방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며 군비확충 강화에 주력하는 등 영종 방어에 기여한 공적과 주민들의 생활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선정을 기념하고자 주민들이 정성(놋그릇)을 모아 비를 세웠다고 전해진다.
양주성금속비는 1993년 시 기념물 제13호로 지정됐으나 영종 일대 개발로 원위치인 영종 곤돌고개마루에서 운남동 동민회관 옆으로 옮겨졌다. 공간특성이 중요한 비의 의미가 희석되면서 기념물 지정이 해제됐다가 이번에 문화재자료로 지정했다. 시는 지난해 개관한 영종역사관으로 양주성금속비를 옮겨 보관·전시할 방침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인천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