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25일 경기도 거주 30~40대 기혼 노동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저소득 가정에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은 남의 집 얘기였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으면서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 가정과 직장생활의 균형을 맞추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은 13일 이런 내용의 ‘워라밸 불균형과 휴가 이용 격차’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달 24~25일 경기도 거주 30~40대 기혼 노동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휴가와 워라밸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이 연구는 워라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자녀 양육을 설정하고, 자녀 수를 기준치로 없음(200명), 1명(350명), 2명(350명), 3명 이상(100명)으로 할당해 모바일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3.10%)를 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80.4%는 가정과 직장생활 간 갈등을 경험했다. 이런 갈등으로 가족 간 대화시간 부족(44.1%), 집안 환경 악화(25.1%), 가족과 마찰 횟수 증대(16.6%)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갈등 경험 비중은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84.9%)가 없는 경우(77.3%)보다 7.6%포인트 높았다. 미취학 자녀 수가 많을수록 갈등 경험 비중도 높아져 3자녀 이상일 경우 90.9%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월 400만원을 기준으로 소득수준을 구분한 결과, 월 400만원 미만이면서 미취학 자녀가 있는 경우 51.8%가 워라밸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자녀가 있는 응답자 81.0%는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지난달 24~25일 경기도 거주 30~40대 기혼 노동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의 연차휴가 부여일 수는 주요 선진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낮은 평균 15일에 불과한데도, 실제 연차휴가 사용일수는 8일로 조사됐다.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상사와 동료의 눈치(25.2%), 과도한 업무(22.7%), 여행비용 부담(13.7%) 등을 꼽았다. 미취학 자녀가 많을수록 여행휴가 비중(40.0%)이 작으며 여행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휴가 비용 부담이 크고, 휴가 일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휴가지원정책을 도입하면 부모-자녀 관계에 긍정적 영향(88.4%), 자녀동행 여행 증가(84.5%), 워라밸 증진(83.4%) 등의 긍정적 기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응답했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장은 “중앙정부나 서울시와 차별화된 경기도형 휴가지원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소기업 종사자 혹은 비정규직 다자녀가구는 워라밸 불균형을 경험할 확률이 높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휴가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다자녀가구 안식년 제도’ 같은 과감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경기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