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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현동 화재 20년…“참사기록, 공공기록물로 남겨야”

등록 2019-10-28 15:47수정 2019-10-28 15:57

중고생 52명 포함 57명 희생
희생자 기리는 위령비만 덜렁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에서 발생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를 이틀 앞둔 28일,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뜰에 세워진 위령비와 희생자 명판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1999년 10월30일 인천 중구 인현동에서 발생한 ‘인현동 화재 참사’ 20주기를 이틀 앞둔 28일,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뜰에 세워진 위령비와 희생자 명판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그때의 기억이 이렇게 생생한데, 벌써 20년이 됐다….”

인천 중구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뒤쪽 야외 장애인 주차장엔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가 있다. 28일 찾은 위령비 앞에서 만난 인근 공구상가 한 상인이 이같이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씁쓸한 침묵이 내려앉은 위령비 뒤쪽으로 참사 20주기를 알리는데 펼침막만이 바람에 펄럭거렸다. 60대 상인은 “아비규환의 화재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몇달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오죽했을지 생각하니 먹먹하다”고 회상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30일 인현동 4층짜리 상가 건물 지하 노래방에서 난 불이 불법 영업 중이던 2층 호프집까지 번지면서 빚어진 사건이다. 당시 화재로 호프집에 있던 중·고교생 52명을 포함해 57명이 숨지고, 78명이 다쳤다. 인천 시내 10여개 고등학교에서 가을축제가 끝나고 뒤풀이하던 청소년들이 화마에 휩쓸려 한꺼번에 희생된 참사다.

이런 참사는 사건 초기 청소년의 일탈 문제로 치부됐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업주의 안전불감증과 불법 대수선 및 영업행위를 눈감아 준 뇌물수수 공무원과 경찰이 연루된 ‘사회 부조리에 의한 인재’였음이 드러났다. 당시 언론도 이런 문제를 외면한 채 ‘몰래 술을 마신 비행 청소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 급급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불법 증·개축과 과적, 정부 기관의 관리·감독 부실 등 사건 발생 경과부터 대처 과정까지 인현동 화재 참사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오는 30일 20주기를 맞은 인현동 화재 참사도 세월호 참사처럼 공공의 기록으로 남기려는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족회와 5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인현동화재참사20주기추모준비위원회’는 인천시와 중구청, 인천시교육청을 상대로 참사 관련 미공개 행정자료와 증인 진술 등의 공적인 자료뿐 아니라 유족의 기억, 희생자 유품 등을 수집해 ‘공적 기록물’로 제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희생자 명예를 회복해 유족이 아픔을 치유하고, 개인의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공적 책임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밑거름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장한섬(홍예문문화연구소 대표) 추모준비위원장은 “참사와 관련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은 지역사회의 대응 역량을 돌아보고, 지역공동체를 더 공고하게 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추모준비위는 위령비가 있는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야외주차장을 추모 공원화하고, 주변을 정비해 달라고 요청했다. 2004년 문을 연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참사를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 당시 청소년을 위한 문화생활 공간이 부족해 발생했다는 지적이 일자 마련한 시설이다. 그러나 위령비가 세워진 뜰 앞에는 야외주차장이 들어섰고, 위령비 옆에는 도시가스 정압기가 설치돼 있다.

이재원 인현동 참사 유족회장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 있었다면 올해 38살이다. 꽃다운 나이에 바람처럼 사라진 청소년 52명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작은 공간을 허해 달라”고 호소했다.

인천시는 시교육청, 중구청과 추모공간 확보를 위한 야외주차장 이전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박재성 시 공동체협치담당관은 “야외주차장 이전이 가능한지 협의 중이다. 다만, 공공기록물로 남겨달라는 요청은 예산 상황과 법적인 부분 등의 검토가 필요해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추모준비위는 이날부터 다음 달 3일까지를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전시회, 추모문화제 등 다양한 추모사업을 진행한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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