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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낱같은 희망”…화성 실종 초등생 ‘30년 만의 수색’

등록 2019-11-03 18:17수정 2019-11-04 02:31

경찰, 일일이 흙 골라내며 분석 작업 중
3600㎡ ‘바둑판’처럼 나눠 샅샅이 수색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수색작업 현장에 피해자 가족이 헌화한 국화 다발이 놓여 있다.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수색작업 현장에 피해자 가족이 헌화한 국화 다발이 놓여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근린(동네) 공원 산책로 들머리에는 3일 오전 ‘출입금지’를 알리는 노란색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요원 34명은 땅을 파고, 파낸 흙을 골라내기를 반복했다. 1989년 이 일대에서 실종된 초등학생 김아무개(당시 8살)양의 유골을 찾는 작업이었다. 폴리스라인 아래에는 지난 1일 김양의 부모 등 유가족이 헌화한 4개의 국화 다발이 놓여 있었는데, 밤새 내려앉은 서리가 햇살에 녹아 반짝였다.

공원은 30년 전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곳 주변이다. 김양은 1989년 7월7일 낮 12시30분께 당시 경기도 화성 태안읍에서 하교하던 중 실종됐다. 30년 만에 뒤늦게 김양을 찾는 작업이 이뤄진 것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아무개(56)씨가 최근 이 사건의 범행을 자백했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은 김양의 실종을 단순 가출로 처리했다.

경찰은 공원 안 3600㎥ 지역을 가로와 세로 5m씩 흰 줄을 설치해 바둑판 모양으로 나눠 놓았다. 각각의 정사각형 안에는 흰색, 주황색, 빨간색, 파란색 등 4가지 색의 깃발이 꽂혀 있었다. 모든 정사각형에 꽂혀 있는 흰색 깃발은 구역을 알리는 표시였다. 전날 지표투과 레이더 장치(GPR) 수색에서 반응이 나온 지점에는 주황색 깃발이, 금속탐지기 반응이 나온 지점에는 빨간색 깃발이 꽂혀 있었다. 지표투과 레이더는 초광대역(UWB) 전자기파를 발사해 최대 3m 아래의 내부 구조물을 탐지하는 비파괴탐사기구다.

이날 과학수사대는 주황색과 발간색 깃발이 꽂힌 지점에서 삽과 곡괭이 등을 이용해 흙을 퍼낸 뒤 채로 걸러 유골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확인이 끝난 지점에는 파란색 깃발이 세워졌다. 이는 발굴작업 분석까지 모두 마쳤다는 뜻이다. 과학수사대 관계자는 “전날 수색 장비를 활용해 탐지하고, 장비에서 반응이 있던 지점에선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작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수색작업은 50%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경찰이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유류품이 발견됐던 경기도 화성의 한 근린공원에서 유골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3일 경찰이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유류품이 발견됐던 경기도 화성의 한 근린공원에서 유골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50대 남성은 발굴작업을 보며 “예전엔 이 일대가 나지막한 야산이었지만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개발되면서 모두 사라졌다. 작은 단서라도 남아 있으면 유족에게 큰 위안이 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문제는 이씨가 김양의 주검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장소는 수색 현장에서 100여m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선 터라 지금은 발굴이 불가능하다. 경찰은 이씨의 30년 전 기억에 착오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혹시 모를 증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색작업의 기한은 정해두지 않았다”고 의지를 밝혔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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