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성추행 혐의 몽골 헌법재판소장 재입국…경찰 2차 조사

경찰, 비공개 조사 중

지난 10월31일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여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 연합뉴스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6일 입국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이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를 타고 이날 오전 8시29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을 상대로 2차 진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조사 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비공개했다.

도르지 소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 5분께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항공기 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도르지 소장과 함께 비행기를 탄 일행인 몽골인 ㄱ(42)씨도 다른 여성 승무원의 어깨를 감싸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이 당시 통역을 하던 몽골 국적 승무원에게 몽골어로 협박성 폭언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도르지 소장 일행은 지난 1일 오후 인천공항 내 보안구역 내 경찰 조사실에서 1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고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 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했다. 국제회의를 마치고 이날 몽골로 돌아가기 위해 환승하는 과정에서 다시 입국해 경찰에 출석했다.

앞서 사법경찰 권한이 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사건 당일 도르지 소장과 ㄱ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그러나 도르지 소장 일행이 외교관에 해당해 면책특권 대상이라는 주한몽골대사관 직원의 주장만 듣고, 그를 풀어줬다.

외교부나 경찰청 본청 외사과에 면책특권 대상인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원수급에 적용되는 면책특권은 대통령, 행정부 수반, 외교부 장관 정도에만 적용된다. 경찰은 뒤늦게 인천공항 환승구역 안에 머무르고 있던 도르지 소장의 신병을 확보해 1차 진술조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이 건은 인천국제공항을 담당하는 인천공항경찰단이 맡아 수사할 예정이었으나 사안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에서 직접 수사에 나섰다.

이정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