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자제’를 미국 쪽에 요청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대해 “이게 사실이라면, 나 원내대표는 공당의 원내대표는 물론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선거승리를 위해 북풍, 총풍마저 서슴지 않았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미국 쪽에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전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한반도 평화보다 한국당에 유리한 선거가 더 중요한가. 귀를 의심했다.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대한 협상을 하러 방문한 미국에서, 나 원내대표께서 총선 전에 북미회담을 하지 말아달라고 미국 당국에 요구했다는 보도는 참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는가? 한반도 평화는 국민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자 국가적 숙제다. 그보다 더 중한 것이 당리당략이고 한국당의 선거 승리인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는 대한민국의 번영과 미래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또한 남북 간의 대치로 인한 ‘코리아디스카운트’, 그리고 ‘서울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는 길”이라며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공동유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울시장으로서 이 발언에 대해 참담함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시장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오른 법안 철회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벌이다 단식 8일째인 지난 27일 병원으로 후송된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해 “생각과 뜻이 다르다 할지라도 황 대표의 건강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 단식을 지속하는 것은 무리이니, 여기서 멈추셨으면 한다”고 단식을 만류했다.
그러면서 “산적한 현안들, 꼭 통과돼야 하는 법안들이 차고 넘친다.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라도,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 등을 매듭지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요청했다. 그는 그러면서 “황 대표께서 길을 열어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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