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조선해양과 교수. 사진 인하공전 제공
“세계 1등 조선해양산업국의 위상에 걸맞게 학회의 위상을 높여 나가겠다.”
제35대 대한조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된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조선해양과 교수(사진)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문대학 교수로는 최초로 6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조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대한조선학회는 조선·해양 분야 국내 최대 학회로, 대형 조선사를 비롯해 정부출연 연구소, 대학 등 80여개 단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김 교수는 “학회의 편집, 총무이사 등을 두루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학회가 더욱 발전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학회의 국제성을 높이기 위해 70주년이 되는 2022년 ‘국제 학회’를 설립할 것”이라며 “후학 양성을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08년부터 인하공전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10년간 대한조선학회 사업, 편집, 총무이사로 활동했다. 해군장교 출신으로 삼성중공업 연구소에서 15년의 실무 경험을 쌓은 빙해선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회장 임기는 2020년 1월부터 2년간이다. 아래는 김 교수와 일문일답.
대한조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대한조선학회는 지난 67년간 조선 해양플랜트 관련 기술과 연구 개발이라는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명실상부하게 조선해양플랜트 분야 최고의 학술 단체로 자긍심과 정통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 해양플랜트 산업은 매출이나 수주관점에서 기나긴 겨울의 밤을 보내고 여명이 트는 시기를 맞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지구온난화 방지와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이 대세를 이루는 시점에 와 있다. 통신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하면서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의 제품도 자율 운항 선박, 스마트선박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점에 대한조선학회 회원들의 선택을 받은 사실에 막중한 소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전문대학 교수로는 최초로 회장에 선출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초대 회장부터 34대 회장까지 모두 사회적, 학문적으로 조선산업을 대표하는 학술단체의 장으로 손색이 없는 분들이었다. ‘조선 해양플랜트공학과’를 보유한 주요 대학의 저명한 교수와 기업 대표가 주로 회장을 역임했다. 이번에 학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지난 10년 동안 학회 이사로 봉사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조선학회지> 발간과 대한조선학회 최초로 <웹진>을 발간하는 편집 총괄을 맡았었고, 총무이사로 선임돼 학회 인사·재무·행정 등의 업무도 수행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조선학회 회원의 표심이 ‘소속기관이 어디인가’보다는 학회 발전을 위해 봉사할 사람을 택했다는 데 있다. 단체의 지속가능한 존재 가치와 헌신을 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재임하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은 무엇인가?
여러 구상을 하고 있지만 먼저 2가지 약속을 한다. 대학조선학회의 국제화 강화가 그 첫 번째다. 대한조선학회는 영문 논문집(IJNAOE)을 발행하고 있지만, 학회가 주관이 돼 운영하는 국제 학회가 없는 상태다. 창립 70주년이 되는 2022년에 첫 국제 학회가 설립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두 번째는 대한조선학회의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한조선학회는 설립 초기의 취지를 살려 80여개의 단체회원사 연회비와 개인 회원 연회비를 재정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의 경기에 따라 학회 재정도 불안해지는 구조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조선 관련 산학연 기관의 대표 성격을 갖는 24명의 학회 이사들과 함께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
학회 활동으로 바빠지면, 후학 양성이 소홀해지는 것은 아닌지?
삼성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 연구소에서 15년간 근무하고 2008년 인하공전으로 이직해 벌써 12년차 교수가 됐다. 나는 빙해공학이 전문분야로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을 깨면서 운항하는 쇄빙선의 빙 저항과 엔진 크기를 결정하고, 실제 얼음 바다에서 선박 속도가 목표한 대로 나오는지를 검증하는 빙해역 시운전을 전문영역으로 다뤘다. 정부 과제의 하나로 ‘아라온’이라는 쇄빙연구선을 타고 남극과 북극에서 한달 여 동안 연구했던 몇 번의 경험도 있다. 이런 경험을 학생들과 소통하며,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인하공전 조선해양과 학생을 주축으로 한 전공동아리(인하요트연구회, 바다컴, 인력선연구회)의 콘테스트 수상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조선해양과 소속 교수들의 지도와 학생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내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대한조선학회의 회장으로서 봉사를 다 하면서도, 후학 양성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내년부터 인하공전에서 해군부사관 전공이 시작된다. 잘 정착하도록 하고 싶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