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9일 인천 계양구 임대주택에서 40대 여성과 20대 자녀 2명 등 4명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이정하 기자
지난 5일 경기도 김포시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3명은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도내 287만가구 아파트에 대해 관리비 체납 상황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8일 경기도의 말을 종합하면, 김포 일가족은 석달치 관리비 98만4천원을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연체된 관리비 일부는 숨진 ㄱ(37)씨의 남편이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ㄱ씨의 일가족이 생활고를 겪는 것을 당국에서 사전에 파악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ㄱ씨와 아들 ㄴ(8)군, ㄱ씨의 어머니 ㄷ(62)씨는 5일 새벽 3시40분께 김포시 장기동 한 아파트에서 ㄱ씨 남편과 소방대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와 별거 중인 남편은 경찰에서 “아내와 이틀 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자 이날 집을 찾아갔는데, 인기척이 없어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임대아파트는 거주자의 임차료 체납이나 연금과 건강보험료 체납 등의 내용을 시·군의 사회복지정보시스템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일반주택 역시 일선 공무원들이 위기 가구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전기요금이 석달 이상 연체되면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연체 정보가 시·군의 사회복지정보시스템으로 읍면동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ㄱ씨 같은 일반 아파트 주민의 경우,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 개인 정보인 관리비 연체 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전에 위기 가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실제로 김포 일가족이 숨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주민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김포시에서 ㄱ씨 가족의 어려움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내 6525개 아파트 단지 287만가구를 대상으로 관리비 연체 등 위기 가구에 대한 일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도는 ‘경기도형 긴급복지사업’의 지원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소득 기준은 기존 중위소득 80% 이하에서 90% 이하로 확대된다. 재산 기준은 1억5천만원 이하에서 2억4200만원 이하로, 금융재산 기준은 500만원 이하에서 1천만원 이하로 바뀌어 대상자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걸림돌도 있다. 주민들이 개인 정보 유출을 우려해 관리비 연체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 사회복지공무원과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 5만여명을 투입해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주민들이 관련 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홍용덕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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