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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도권

성폭행범 몰렸던 10대들, 국가상대 소송 이겼지만 ‘씁쓸’

등록 2020-05-06 14:39수정 2020-05-07 02:32

한달여 수감 4명, 손해배상소송 최종 승소
대법 “경찰 진술조서 작성 직무상 과실 인정”
변호인 “법원, 잘못된 수사관행 인정 아쉬워”

성폭행범으로 지목돼 구속됐다가 풀려난 10대들이 경찰의 진술 조서 조작 등을 문제 삼아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법원이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를 관행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김아무개(당시 14살)군 등 4명과 이들의 부모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2심은 국가가 김군 등 4명에게 각 300만원씩, 그 부모에게 각 10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군 등은 지난 2010년 7월과 8월 경기 수원의 한 임대아파트 옥상에서 10대 지적장애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같은 해 10월 경찰에 구속됐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로 송치된 뒤 한 달여 만에 모두 풀려났다. 검찰은 검찰 조사 단계에서 피해자 진술이 번복되고 피의자 간 진술도 엇갈리고, 진술녹화영상과 달리 조서상 문답이 바뀌어 기재되는 등 경찰에서 한 자백진술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에 김군 등은 2013년 경찰의 위법한 수사로 구속 등 육체·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64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조사한 경찰관이 김군 등의 진술을 조서화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유지할 주의의무를 저버리고 문답 내용을 바꿔, 마치 자발적으로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게 된 것처럼 조서를 꾸며 직무상 과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경찰이 범행 경위 등을 상세하게 묻고 김군 등이 짧게 답한 내용을, 정반대로 김군 등이 상세하게 답한 것처럼 조서를 바꿨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하며,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 소속 경찰관의 직무상 과실이 인정되고, 이는 영장실질심사 단계 이후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으로 작용했다”며 “따라서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피의자 신문 조서 작성의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진술증거 조작 및 이 사건과 관련 없는 별건의 절도 혐의를 통한 강압 수사 등 나머지 위법한 행위는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를 법원이 바로잡지 않고, 수사 관행으로 인정해 버린 판결”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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