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붙잡아 수사한 경찰이 김 회장이 은닉해온 55억원의 현금다발을 발견해 압수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일 김 회장에 대한 수원여객 횡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하면서 지금까지 압수한 현금 60억3000만원도 함께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도주 중이던 김 회장과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 잠적했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체포했다.
김 회장은 라임 사태와 별개로 경기도의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에서 240억원 규모의 회삿돈 횡령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잠적했다.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뒤 지난해 11월부터 행적을 감춘 상황이었다.
경찰은 김 회장 등을 체포할 당시 이들이 머물던 빌라에서 현금 5억3000만원을 압수했다. 이후 김 회장이 수원여객 횡령 사건 등을 통해 빼돌린 돈의 행방을 추궁해 서울의 한 물품보관소에서 5만원권 뭉치가 담긴 여행용 가방 3개를 발견했다. 보관소 내 개별 잠금장치가 달린 격실에서 발견된 가방에는 모두 55억원이 담겨 있었다.
이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김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재향군인회상조회와 관련된 돈”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원여객 재무 담당 전무이사 ㄱ씨 등과 공모해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잠적해 도피행각을 벌이던 올해 초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꼽히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도 라임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여객은 김 회장 등이 회삿돈을 빼돌리기 전 다른 회사에 인수됐는데 이 회사는 수원여객 인수자금을 라임 쪽으로부터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라임 쪽은 이 회사에 수원여객 인수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ㄱ씨를 경영진으로 고용할 것을 요구했고, ㄱ씨는 전무이사가 된 뒤 회삿돈을 빼돌려 달아났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도피 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라임 사태와 수원여객 횡령 혐의 외에도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억원대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 등도 받고 있다. 라임 사태는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맡고 있으며 검찰은 수원여객 횡령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라임 사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한 돈은 모두 검찰로 넘겼다. 달아난 ㄱ씨가 수원여객 횡령 사건에는 물론 라임 사태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ㄱ씨 검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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